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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상수도 민영화', 박근혜 집권하면…

5년 내내 '물 민영화' 꼼수, 이제 어디로 가나?

경상북도 영주시, 현재 영주시의회 앞에서는 시민들이 혹한 속 대설주의보를 뒤로 한 채 얇은 천막 속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유는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다. 상수도 민간 위탁은 이른바 '물 민영화'의 첫 단계로 의심을 받고 있는 문제다. 영주시 시민단체들은 '영주시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영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물 민영화'에 맞서 싸운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또 일어선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반에 영주시는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시민단체들이 "상수도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했고, 시의회도 영주시의 상수도 민간 위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영주시의회에 '영주시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위탁 동의안'을 제출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영주시 상수도 운영을 위탁하겠다는 것이 동의안의 내용이다. 천막 농성 중인 최락선 영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5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수공 위탁은 민간 위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도 요금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수공이 지자체의 상수도를 위탁 운영할 경우 곧바로 수도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수공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한 지자체가 위탁 업체인 수공에 지불하는 '위탁 수수료'는 매년 눈에 띄게 인상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북 예천의 경우 작년에 20% 이상 위탁 수수료가 올랐다. 물가 상승률의 4~5배나 되는 돈인데, 모두 예천 시민들의 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당장 내일 몇 만원 오른 수도요금 고지서가 날아오지는 않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천 시민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 업체가 상수도 위탁 운용에 뛰어들 경우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위탁 수수료는 민간 업체에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수수료 인상은 수도 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 <영주시민신문>이 보도한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 천막 농성 기자 캡쳐 ⓒ영주시민신문

최근 靑 소식지에 "정수장 민간참여 불가능해 '애로'"

상수도 민간 위탁 운영은 물 민영화와 연결되는 문제다. <시사인> 제 273호는 정부가 지난 2010년 10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를 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64개 지방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 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 경험 확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수도 산업 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다. 즉 상수도 산업에 민간 기업을 투입하도록 정부가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적 물기업' 8개를 육성한다는 '로드맵'도 포함돼 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국적인 '상수도 민간 위탁' 붐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물 민영화' 논란은 정부가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는 말로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9년,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도 '물 민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정황들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지난 5월 4일 내 놓은 '청와대 정책 소식지 118호에는 2010년 나온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와 비슷한 방안이 들어 있다.

▲ 2012년 5월 4일 청와대 소식지 118호 10페이지 캡쳐

'물이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소식지에는 "우리나라 물 산업 육성 전략"이 담겨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고도 정수 처리 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공기업 및 지자체와 민간 기업 컨소시엄을 통한 해외 진출 지원"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정수장 운영 민간 참여가 불가능해 해외 토털 솔루션 입찰에 애로"라고 적혀 있다.

즉 우리 물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정수장 운영에 민간 참여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의 정수장 운영은 곧 상수도 민간 참여를 의미한다. 현재 전국 18개 지자체에 수공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데, 수공의 상수도 운영 참여는 민간의 상수도 운영 참여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어서 이 소식지는 "2014년 이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등을 대상으로 총 13곳 진출 지원-순수 민간 차원에서 해외 정수장 수주 투자 준비 중"이라고 돼 있다. 이게 가능하려면 민간 기업이 국내 상수도 위탁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즉 2014년까지 국내 민간 기업이 상수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상수도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 한 곳이 코오롱이다. 자회사인 EFMC와 수공은 중국 장쑤성 쓰양현에서 현지법인을 세우고 상수도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코오롱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친정'으로 현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물 산업'에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회사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다 실패한 '물산업기본법' 등이 통과돼 민간의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국내 상수도 시장에 뛰어들 기업 1순위로 코오롱을 꼽고 있다. 코오롱이 중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 '전문성'이라는 명분도 갖추게 된다.
▲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 이런 시위는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남 통영시시민단체연대와 물민영화반대책위원회 회원 50여명이 2009년 10월 통영시내를 돌며 통영시 상수도의 수자원공사 위탁에 반대하는 시민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상수도 위탁이 공공재인 물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거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물 산업' 관련 교수가 직접 "상수도 민영화" 언급

정부의 은근한 지원을 등에 업고 민간에서는 현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해 지난 달 29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물정책 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최승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부총장은 "한국의 물산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상·하수도 민영화 등 차기 정부에서 물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장이 '민영화'를 언급한 것은 특히 주목된다. 최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계획 수립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수가 직접 "상하수도 민영화"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당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는 정도영 상하수도협회 부회장, 최승일 고려대 교수, 현인환 단국대 교수, 윤주환 물환경학회회장. 민경석 경북대 교수, 김응호, 대한상하수도학회장 등 유독 '물 산업' 관련 인사들이 대거 위촉됐다.

이 토론회에서 정부측 패널로 참여한 최종원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상·하수도 분야는 국내에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외국 기업에 비해 민간 기업들이 운영 및 관리 노하우를 쌓는 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소식지에서 언급된 지적과 흡사하다.

현재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공의 민경진 정책경제연구소장은 토론회 기조발표자로 나서 "물산업 증가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 세계에 블루골드(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물 민영화' 프로젝트가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대선 20일 전에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물산업 정책, 차기 정부에 바란다'였다. 친박계인 정희수 의원은 18대 국회 때 민간 기업의 상수도 사업 진입 물꼬를 터 주는 내용의 '물 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물 민영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 세력이 차기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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