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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파격적 단일화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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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파격적 단일화 생각할 수도 있다"

[인터뷰] 협치포럼 최태욱 교수가 말하는 안철수의 정치개혁

처음부터 문제적 인물이었다. 등장부터 출마까지, 그리고 출마 후의 행보도 자주 파격적이었다. 지난달 인하대학교에서 내놓았던 의원수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정치개혁안은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로 정치의 길을 선택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새정치'에 관한 일성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 최소 3분의 1이 안철수 후보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그가 가진 생각의 폭과 깊이는 여전히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논란은 그래서 더 컸다.

안 후보가 생각하는 진짜 새로운 정치란 무엇일까. 안 후보의 정책자문기구 협치포럼의 대표인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에게 물었다. 최 교수는 문제의 인하대학교 강연 이전, 안철수 캠프 내에 정치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고 그 논쟁이 아직 완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태욱 교수는 안 후보의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와 방향성은 굳게 믿고 있었다. 정치 초보지만, 관찰자일 때도 깊은 고민을 해 와 대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래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의외의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최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안부터, 신당 창당에 이르기까지의 얘기를 풀어놓은 이날 인터뷰는 전홍기혜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캠프 내 정책자문기구 협치포럼 대표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최태욱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정치개혁 둘러싸고 안철수 캠프 내 이견 있었다

프레시안 : 11일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의 배경으로 국민의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꼽았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주목 받는 이유인데 큰 기조를 설명해본다면?

최태욱 : 세 가지 목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 시스템이다. 사회적 약자의 선호와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득권 타파다. 현재의 양대 정당은 사실 지역기득권 정당이다. 이를 타파해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다. 셋째는 소통과 합의의 정치 시스템이다. 이 세 가지는 굉장히 잘 잡았다.

프레시안 : 안철수 캠프에서 정치관련 대안을 내놓는 곳이 김호기 교수가 대표로 있는 정치혁신포럼이었는데 최근 최 교수가 협치포럼을 별도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 배경을 설명해 준다면?

최태욱 : 정치개혁은 범위가 넓다. 검찰과 같은 권력 기관의 민주화부터 정치행위자를 고치는 것이 먼저냐, 정치제도가 먼저냐도 갈린다. 그 모든 것을 (정치혁신포럼에서) 다루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정치혁신포럼 안에 선거제도 및 권력구조 개혁을 위한 특별 분과를 뒀었다. 저까지 두 명 정도가 시작했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이견도 있었다. 행위자냐, 제도냐의 차이였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 협치제도포럼을 만들어 여기서는 선거제도, 정당구조와 권력구조 등 제도만 전담하고, 나머지 문제는 정치혁신포럼이 맡기로 했다. 협치포럼이 출발한 것이 10월 15일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걸려 제도개혁안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10월 23일이다.

프레시안 : 10월 23일은 안철수 후보가 인하대학교 강연에서 정치개혁안 3가지를 내놓았던 날이다.

최태욱 : 우리가 첫 개혁안을 제출한 것이 그날 아침이었다. 그러니 인하대 강연 때는 본부에 우리 안이 아직 전달이 안 된 상태였고, 당연히 후보도 우리 안을 보지 못했을 때다.

프레시안 : 행위자를 강조하는 쪽과 제도를 강조하는 쪽 사이의 이견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최태욱 : 안철수 캠프 뿐 아니라 정치학자 사이에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행위자가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국회를, 정부를 먼저 생각한다. 제도가 중요하다는 사람들은 제도가 바뀌면 행위자는 자연히 바뀌게 된다고 본다. 나는 안 후보가 내놓을 정치개혁안의 첫 번째 내용에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혁의 방향성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행위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 얘기는 일단 꺼내 놓으면 복잡하고 논쟁이 되니 나중으로 미루자고 했다. 강조점의 차이였다.

"의원수 축소 주장, 숫자가 본질 아니라 비례대표 비율이 본질"

프레시안 : 다시 정치개혁의 3가지 목표로 돌아가 보자. 각각의 목표에 대한 좀 구체적인 얘기를 해본다면? 일단 선거제도부터 얘기해보자.

최태욱 : 첫째,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이 최소 50%는 돼야 한다. 민주당의 안은 비례대표 100석, 지역구 200석이니 그 비율이 33%다. 그 비중으로는 비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둘째, 권역별이 아니라 현행대로 전국단위 선거구여야 한다. 셋째,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을 어떻게 혼합할지에 대해서는 시민의 힘을 빌렸으면 한다. 독일식 연동제가 가장 이상적인데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 생경한 제도다. 좋다고 밀어붙일 수도 없고,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관철될 리도 없다.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반대를 뚫어야 하는데, 여기서 시민의 힘으로 하자는 것이 세 번째 골자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의원 정수는 그대로 하자는 것인가? 안철수 후보는 인하대 강연에서 축소를 얘기했다.

최태욱 : 의원수 축소는 사실 본질이 아니다.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 의원 수를 늘리자고 주장해 왔던 입장에서, 처음에는 (안 후보의 말을 듣고) 나 자신도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본질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안 후보의 얘기는, 새 정치를 만들려면 기득권자로 인식돼 온 행위자들이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100명은 예시였고, 집합적 행위자인 국회가 자기 살을 깎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 다음해에 26개 의석을 줄였다. 국회가 우리도 고통분담 하겠다는 상징적 행위였다. 그 후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면서 줄었던 의석이 거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늘어나 지금 300석에 이르렀다. 비례대표제 개혁의 본질은 결국 비율이다. 설령 잠정적으로 의원정수를 28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140명 대 지역구 140명으로 간다면, 의석수는 지금보다 줄지만 비례대표의 비율은 확대되지 않나. 총 의석수는 그 비율을 유지하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점차 증대해가면 된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의원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늘리면 결국 중대선거구제로 가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태욱 : 일부 그런 얘기도 있지만 중대선거구제는 최악의 선거제도이다.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문재인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 기득권 인정해 달라는 개악에 불과"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얘기한다.

최태욱 : 심각하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비록 33% 수준이지만 민주당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단, 아쉬운 것이 권역별이라는 점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은 선거구의 크기 측면에서 말하자면 개악에 해당된다. 지역주의가 엄존한 상태에서 그것은 지역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권역별로 투표하면 영남의 두 권역에서는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유지할 것이고, 호남은 민주당이 그럴 것이다. 지금보다 다소 나아져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두 명 나오더라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결국 지역의 기득권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그러니 개악이다.

두 번째 문제는 비례성 제고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비례대표 의원 180명을 11개 권역으로 나눠서 뽑는다. 일본의 사민당이 새롭게 거듭나 전국에서 5%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전국구였다면 180석의 5%, 9석을 얻는다. 그런데 권역별이라면, 각 권역에서 평균 16명씩 뽑으니 16명의 5%는 0.8명이다. 한 석도 못 가져간다. 5%대의 득표율 정당이 5개라고 하면 25%가 날아간다. 이 지지가 다시 거대 정당에 배분되니 소정당은 과소대표되고 거대정당만 과다 대표되는 현상이 그대로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100명을 권역으로 나눠서 뽑자는 민주당의 안은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앞서 말했던 얘기 가운데 "시민의 힘" 부분은 다소 생소한 얘기다.

최태욱 :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나라나 선거구제 개혁은 어렵다. 기존 제도로 뽑힌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지금 선거 때니까 개혁안을 내놓지, 자기 안대로 고치자고 해도 전원이 다 동의해줄 리가 없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그 중 제일 좋은 방식이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시민회의(Citizens' Assembly)'를 구성한다. 시민의원 수는 상징적으로 국회의원 수와 동일하게 300명으로 한다고 하면, 구성은 무작위로 선정한다. 가치나 이념 등으로부터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예컨대 4개월 간 선거제도 학습을 시킨다. 그리고 다음 4개월은 주요 사회경제집단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 동안 어느 선거제도가 제일 좋은지를 놓고 공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 토론을 통해 최적안을 만들어내면 대통령이 그 안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민투표에 회부한다. 만약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안으로 국회에서 가부 투표만을 하게 한다. 시민회의가 작동되는 1년간은 선거제도 문제가 계속 공론화된다. 그 정도가 되면 국회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이 방식은 새누리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추진하면 할 수 있다.

"캠프 내 극소수, 원내정당화론 주장…공약집에 정치개혁안 빠진 이유"

프레시안 : 시민회의는 상당히 신선한 제안인 것 같다. 두 번째 목표가 기득권 타파, 즉 정당개혁인데?

최태욱 : 큰 틀은 중앙당의 권력기구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떻게 민주적 정당으로 유인하느냐에 대한 방안이다. 이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중앙당은 권력 행사보다는 당원이나 지지자 관리, 정책 개발, 선거 관리 등의 업무만 하도록 하고, 중심은 시도당으로 가야 한다. 공천권도 상당 부분 시도당으로 이양할 수 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각 당에서 구성은 하지만, 지금처럼 당 대표나 소수 권력자가 장악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하고, 지역구 후보자를 두 배수나 삼 배수 정도로 추천하면 최종 결정은 시민공천배심원단이 하는 것이다. 시민배심원단은 일반 배심원과 전문가 배심원을 5:5 정도로 구성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중앙당의 권력기관화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프레시안 : 안 후보가 중앙당 폐지를 언급하면서 논쟁이 있었는데, 보다 큰 문제는 중앙당의 권력화보다 정당이라는 시스템과 국민 사이의 연결 고리가 깨진 상태 아닌가. 지난 총선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시도했지만, 지역으로 가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다.

최태욱 : 완전국민경선제는 사실 정당의 존재 의미를 없게 만든다. 책임정당제와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상향식 공천제도는 적절한 제도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각 정당은 각자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는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맞다. 그 이후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해 적임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11일 발표된 공약집에 정치개혁안이 안 들어간 이유가 사실 있다. 협치포럼이 늦게 출발해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막판에 발언권이 있는 극소수가 원내 정당화를 주장하면서 이견이 생겼다. 협치포럼 안의 골자는 책임정당으로서의 위치는 유지하되, 단지 고질병인 중앙당의 권력기구화 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풀뿌리 정당정치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약집에 포함되기 직전에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그쪽 주장의 핵심은 국회직 중심의 국회운영, 완전국민 경선제,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 공천 배제인데 이것은 완전히 정당 정치의 무력화 방안으로 읽혀질 소지가 큰 주장이었다. 한국 정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현실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안이다. 원내 정당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정치 엘리트와 테크노크라트들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지금보다 더 옅어진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도저히 타협할 수 있는 안이 아니었다.

내부 토론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이 안은 어차피 캠프 내에서도 채택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안 후보가 늘 강조해 온 '민의 반영이 제대로 되는 정치시스템의 구축'과도 거리가 있는 안이 아닌가.

프레시안 : 하지만 안 후보가 처음 강연에서 정치개혁안을 얘기했을 때, 사람들은 원내정당을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었다. 강제당론 없애자는 얘기도 했었다.

최태욱 : 그렇게 해석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요구로 봐야 한다. 중앙당 폐지도 권력기구로서의 중앙당 폐지를 의미하나 것이지 정당의 기능을 없애거나 줄이자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중앙당의 폐지 또는 축소를 얘기한 것을 원내정당화 주장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어차피 민주당과 정치개혁안을 협의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원내정당화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안이기 때문이다.

"분권형 4년 중임제, 필수전제조건은 정당의 개혁"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권력구조 개혁안에 대해 얘기해 달라.

최태욱 : 민감한 문제다. 제일 우려하는 것은 이 논쟁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지 않을까이다. 그러나 권력구조의 개편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후보가 강조했던 협치 민주주의와 합의의 정치 시스템이 확립되기 위해선 결국 권력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그 방향은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의 전환이다. 어떻게? 대통령과 국회의 문제 이전에 정당 간 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비례대표제와 연관돼 있다. 특정 정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 정당 간의 대화와 타협이 불가피하다.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연합 정치, 연립 정부가 정상 상태인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의원내각제인가, 분권형 대통령제인가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의원내각제는 현실적이지 않다. 유럽에서도 의원내각제는 왕이 있는 나라에서의 권력구조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는 상징적으로라도 대통령을 선출한다. 국민의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대통령제는 87년 민주화의 상징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마저 빼면 국민이 너무 재미없어 하지 않겠나. 이 두 가지 이유에서라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한국에 맞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까지는 원칙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만, 이론상 옳은 것과 현실은 또 다르다. 국민이 과연 그 안을 받아들여줄지도 또 다른 문제다. 때문에 이 문제 역시 선거제도와 마찬가지로 시민회의 방식으로 가야할 것 같다. 1년 보다 더 오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 이 원칙에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비례대표제 강화가 그것이다. 정당체제가 가치와 정책 중심으로 구조화된 후에 가야한다. 안 그러면, 분명히 명망가정당 혹은 지역정당들끼리 대통령과 총리, 장관을 거래하는 식으로 될 것이다. 그건 개악이다. 노골적인 담합 체제 혹은 과두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지역중심의 정당이 가치와 정책 중심 정당으로 바뀌어야만, 사회경제적 문제의 정치적 해법을 놓고 벌어지는 제대로 된 연합 정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다음 정부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정당이 제대로 구조화된 연후에 2년 정도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적절한 분권형 대통령제 방안을 도출한 후 그 개헌안을 2016년에 출발하는 20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의결이 될 경우 국민투표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새로운 권력구조는 빨라야 2017년에 취임하는 19대 대통령에서부터 적용될 수 있다. 그 경우 19대 대통령은 처음부터 자기 임기가 2년 3개월이고, 중임제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순리적 일 게다. 당장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에게 '너는 3년 반만 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인 스케줄인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개헌은 집권 초기에 못 하면 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태욱 : 선거 공약으로 던지면서 아예 시간표까지 발표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구속력이 있지 않을까. 선거제도 개혁은 취임하자마자 시민회의를 구성해 1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프레시안 : 안철수 후보의 이런 공약도 결국 후보 단일화 국면이 되면서 한쪽의 얘기가 됐다. 두 후보가 합의하는 정치개혁안에 이런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최태욱 : 새정치공동선언문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안까지는 담지 못할 것이다. 단일화 이후까지 공약을 다듬는 과정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개혁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안이 단일후보의 최종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시민들이 야권연대의 정치개혁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 비록 안 후보의 공약집에는 협치포럼 안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아직도 희망이 있다.

"정치 초보 안철수, 단점보다는 장점…파격적인 단일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대선에서는 결국 후보 본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안 후보가 정치 영역에서는 사실 초보이다 보니, 캠프에서 만들어낸 내용과의 차이점이 더 부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태욱 : 나는 그것이 안 후보의 장점이라고 봤다. 기존 정치의 구태 논리, 현실 정치권의 정치공학적 논리에 물들지 않았다. 그런데 또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 중 하나에 불과했을 때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왜 정치가 이렇게밖에 안 될까에 대한 고민의 결론이 처음에 말했던 세 가지 목표로 나온 것이다. 다만 정치 초보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정치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 해법까지는 정확히 꿰고 있지 못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장점일 수 있다. 순수하게 고민을 해 왔던 사람이라,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이 될 가능성은 물론 있다. 다른 논리로도 설득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여러 모로 아쉽다.

프레시안 : 안 후보의 인하대 강연 이후 캠프에서도 본질은 그게 아니라는 해명이 여러 차례 나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밖에서 하는 해석 말고 후보 본인의 진짜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옆에서 보기에 어떤가?

최태욱 : 의원 정수가 많으냐, 적으냐가 관심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득권으로 보는 것도 분명하다. 국회를 하나의 집합적 행위자로 볼 때, 하는 일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지 않냐는 생각이 안 후보에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원내 정당화론의 논리 체계 속에 나온 것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프레시안 : 민주당 얘기를 잠깐 해보자.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 이전부터 이른바 민주당의 쇄신 방향을 놓고 인적쇄신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였다. 아직 사퇴하지는 않고 있는데?

안철수 :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는 분명하다. 단일화를 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과 연대를 하게 될테지만, 지금 민주당이 가진 문제를 그대로 두고 연대하기는 힘들다. 안 후보 본인도, 지지층도, 민주당은 문제 있는 정당이라고 보는 것 아닌가.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죽여야 하는데, 그 방식 중에 인적쇄신이 들어갈 수 있다. 두 사람의 단일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 두 후보의 지지층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민주당의 쇄신이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안 후보가 단일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는데, 선호하는 방식이 있나?

최태욱 : 모르겠다. 그런데 파격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문재인도, 안철수도 한국 정치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순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참모들이 생각하는 정치 공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조금 더 감동적인 방안이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은 두 사람에게 있다.

프레시안 : 단일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본선에서 야권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인가?

최태욱 : 방식이 제일 중요하다.

"막연한 국민연대, 대선 후 쇄신된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중도진보정당 탄생으로?"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어느 후보로 단일화되든 위기감은 다 있는 것 같다. 일단 상대방의 지지층이 다 온전하게 올 것인가가 제일 크다. 안 후보는 거기에 더해 무소속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수 있다.

최태욱 : 안 후보가 국민연대라는 표현을 계속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신당 창당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쇄신된 민주당이 포함된 제대로 된 중도진보정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당이 2010년에 강령을 바꾸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넣어 강령만 놓고 보면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에 가까운데, 구성원들로 보면 전혀 안 그렇다. 사민주의는 아직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진보적 자유주의 정도의 이념에 동의하는 제 정파가 모인다면 국민연대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 중도에 속하는 시민들도 자유주의 이념에는 거부감이 없고, 민주당 내외의 좌파들도 진보주의에는 동의하지 않겠나. 외부의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해줘, 막연한 국민연대 개념을 확실한 진보적 자유주의정당으로 이어지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창당을 한다면 대선 후인가?

최태욱 : 대선 이후가 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프레시안 : 안 후보를 가까이서 실제로 보니 어떤가?

최태욱 : 순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참모가 굉장히 중요하다.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지만 구체적 경로는 사실 전문 영역이니까. 자신이 설정한 방향에 도달하는 경로에 대해 확신이 들면, 기존 정치권과 타협할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굉장히 괜찮은 정치가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가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조금 더 장기적인 시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단일화도 굉장히 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두 사람이 비슷하다. 여태까지의 그 어떤 후보보다 그렇다. 하지만 후보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안 후보는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민주당이 저 상태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면 단호할 것이다. 욕을 먹더라도 밀고 나갈 확률이 높다. 그런 건 단호하다. 다만 준비 기간이 길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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