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체육회가 조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사무처 수장과 직원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겪는 가운데 경북도가 특별감찰에 나서 ‘표적 감찰’ 논란이 불거지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다.
특히 불협 과정에서 소위 ‘본청 실세’들이 임기제 임원인 도체육회 사무처장에게 사표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전임 지사 흔적지우기 및 편 나누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행자부에서 지방재정 사무를 보다가 경북도에 와서 본청 국장 등을 지낸 P씨는 포항부시장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8월말 경북체육회 사무처장에 부임했다.
업무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재정에 밝은 P처장은 원칙과 기준이 없고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체육회의 행정체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직원들의 임금체계부터 점검했다.
사무처장 예하에 2명의 부장과 5명의 팀장이 있는데 이들의 급수가 무려 3급과 4급이었다.
이는 도청의 국장과 맞먹는 급수로 조직의 형평성에 비춰 도저히 맞지 않는 직급 체계였다.
3, 4급의 부장과 팀장이 받는 보수는 더욱 문제였다.
1억원에 육박하는 이들의 연봉은 공무원 2급으로 퇴직한 P처장 자신보다도 높은 액수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한 P처장은 조직 내부를 들여다봤다.
이들의 보수체계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던 2016년 당시 대폭 상향조정됐다.
당시의 연봉 인상은 이사회 의결이나 도지사 허가 과정도 없이 내부적으로 결재 받아 이뤄진 것이었고, 형평성에 어긋난 보수체계가 경북도 감사에서도 문제 있는 것으로 지적받아 '개선권고'를 받았다.
테니스, 양궁 등 도체육회 산하 65개 종목별단체에 대한 예산지원도 깜깜이였다.
예산을 지원하고 집행하는데 원칙과 기준이 없고 업무 매뉴얼조차도 없었다.
정상적 조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한 P처장이 업무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시작하자 체육회 체육진흥부장 K씨를 중심으로 내부반발이 시작됐다.
체육회 예산 절반 이상을 관장하는 K부장은 체육회사무를 오래 한 탓에 그와 관계해오던 일부 종목단체별 회장들과 체육계 원로들까지 합세해 처장을 향해 반발했다.
전국체전 당시에는 총감독인 처장에게 단기(깃발)을 맡기던 관례를 무시하고 본청 체육국장에게 단기를 들리는 수모까지 안겼다. 조직적 왕따 행위에 다름없었다.
체육계 인물들 사이에서 “P처장, 그 사람 뭘 모르고 영 별로더라”는 여론이 돌기 시작할 쯤 경북도 문화체육 관련부서 간부들이 사표를 쓰라는 압력을 가해왔다.
이들은 P처장에게 사표를 주문하면서 공공연하게 “윗선의 뜻”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향후 직권남용 및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도 예상된다.
경북도 A과장은 “간접적으로 사퇴를 권유한 것은 맞지만 누구의 뜻인지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사무처장이 교체대상이 아닌 임기보장의 당연직임원인지 판단할 수 없어 대한체육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P처장이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명예롭게 가겠다”며 버티자 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는 해임안이 기습적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반대표가 있어 해임안이 부결되자 처장의 직무정지를 박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P처장은 절차와 내규를 무시한 결과라며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체육회 조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내부문제가 하극상으로 번진데 이어 급기야 최근 불거진 이철우 도지사의 ‘전임자 흔적 지우기’를 위한 물갈이 논란으로 확산된 셈이다.
실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도 산하 기관장 물갈이에 속도를 내고 있고, 김관용 전 도지사 시절의 도청입구 표석 글씨를 지우는 조치 등으로 구설에 올라 있다.
P처장은 “불투명한 체육회 사무관행을 손보고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싶었을 뿐인데, 정치적 논리로 임기제 임원인 사무처장을 내치려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조직을 위해 공직자로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하다가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지 도지사에게 누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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