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하면서 장관 청문회가 이번이 5번째다. 가장 힘든 청문회 같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2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는 난맥이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증여세 미납 등 각종 의혹을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조 후보자는 해명에 급급했다. 조 후보자의 정책적 소신이나 각종 현안은 뒷전이 됐다.
이날 청문회는 개회한 지 20분 만에 정회되기도 했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정회를 요구했고 여당은 청문회를 일단 진행한 뒤, 추후 자료를 받자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인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 "필요한 자료 제출이 안 됐다"며 "합리적 생각을 가지고 위원장 역할을 하려 한다. 자료가 와서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회를 선언하겠다"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조 후보 둘러싼 각종 의혹에 야당 맹공격
오후 2시10분께 재개한 청문회에서도 조 후보자 개인 의혹에 대한 야당은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지난 1994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실거주하면서 같은 해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조 후보자가 당시 계성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장남을 강남 8학군에 있는 명문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주소지를 이전한 것이라는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조 후보자의 장남은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신사중학교에 배정받아 입학했다.
또한 조 후보자는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 2005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빌라를 매도하면서, 실제 거래액인 5억 원보다 낮은 3억7000만 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 차남이 증여를 받고도 증여세를 뒤늦게 납부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조 후보자의 차남은 지난 2016년 외조부와 조 후보자로부터 각각 4800만 원과 5000만 원을 증여받았다. 하지만 차남은 이를 받고도 2년 동안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다가 조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 8일 976만 원의 증여세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폴리페서(polifessor)"라며 "아들을 강남 8학군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고, 부동산 전문가임에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게다가 증여세를 탈루했다가 장관 지명 받으니 이를 지급했다"며 "만약 장관 지명을 받지 않았으면 증여세를 안 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 후보자 "위장전입, 아들이 폭력적인 학교에 적응을 못했다"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 당시는 아들이 나와 영국 생활을 하다 귀국한 초등학교 5학년 때"라며 "(외국 생활을 하다 온 아들이) 한국교육 환경이 달라서 적응하는데 매우 어려워했다"고 읍소 전략으로 피해갔다.
조 후보자는 "아들은 학교 폭력과 선생님들의 체벌에 충격을 받아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때릴 뿐만 아니라, 주변 아이들도 폭력적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안 할 뿐더러 학교를 가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결국, 선생님과 논의한 끝에 아들이 친구와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 아들 친구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며 "당시에는 아들만 생각했다"고 위장전입 관련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운계약서 관련해서도 "아내가 부동산업자와 결정한 일"이라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하면서도 "당시 관행이었더라도 보다 엄중해 법을 지켰어야 했고, 투명한 사회적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여세 미납 관련해서는 "(증여받은 뒤 3개월 이내에 내야 하는) 세법을 잘 몰라서 뒤늦게 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이어지는 지적들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야당의 비판은 이어졌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솔직히 해명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조 후보자를 두고 통상적으로 '00좌파'라고 하지 않나. 그런 프레임에 걸려 있다"며 "솔직히 자식에게 증여하고 아파트 사준다 해도, 그에 따른 증여세를 세무서에 신고하는 사람은 몇 명 없다. 그렇기에 (아들에게 몇 천만 원 그냥 줬다고 하는 게 오히려 정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조 후보자는 증여세 내는 게 3개월 이내인 줄 몰랐다고 해명한다"며 "이런 식이면 어떻게 야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라며 "차라리 자식에게 집 사라고 돈을 꿔줬다는 게 오히려 더 솔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 후보자의 해명에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위장전입 관련 조 후보자의 해명을 두고 "마음이 씁쓸하다"며 "사회지도층은 자녀가 그런 일(학교 폭력)을 겪으면 그곳에서 자녀를 탈출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남은 대부분 아이들은 체벌과 폭력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결국, 이런 방식(탈출)이 계급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환경 정의에 매진하는 사람이 사회와 교육 정의에는 왜 눈을 감는지 모르겠다. 이는 조 후보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지도층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고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인식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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