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대내외 악재에 힘없이 무너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2100선이 장중 붕괴되는 등 무력한 장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크게 줄면서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가 조금만 확대돼도 하락폭이 커지는 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5.61포인트(2.57%) 내린 2106.10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은 전일 대비 25.15포인트(3.38%) 내린 719.00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를 급락시킨 악재들은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확실성 자체가 악재로 작용해 시장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비경쟁 확대 가능성까지 악재로 작용
굳이 악재를 찾으라고 하면,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이미 알려진 악재들 이외에 최근에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핵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시대 옛소련(현재의 러시아)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경제보다 군사력 확대에 주력하면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악재로는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의 대주주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이 개장 전 대량매매(블록딜)로 지분2.9%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꼽힌다. 전날 종가보다 8% 낮은 가격에 셀트리온 지분의 블록딜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셀트리온의 주가 전망을 약화시키는 등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동반 급락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신흥국 공포감'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기대 영향으로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4.09%의 상승률을 보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6% 하락했고 선전종합지수도 1.55%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2.34% 내렸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날보다 2.67% 급락한 채로 장을 마쳤고 토픽스도 2.63% 내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9.20원 상승한 113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1144.40원) 이후 8거래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승폭 9.20원은 지난 11일(+10.40원) 이후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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