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언급한데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1일(이하 현지 시각) <타스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박"이라며 "국제안보와 핵 안보,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문제에서 (이러한 발언을 통해)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지속적인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러시아의 위반이 조약의 파기 근거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랴브코프 차관은 오히려 "러시아는 INF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여러 해 동안 노골적으로 INF를 위반했고 이를 지적하면서 참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완전히 (세계를) 지배하는 데 INF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응과 관련,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일과 모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존 볼턴)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또 다른 러시아 외교부 소식통이 "미국은 여러 해에 걸쳐 의도적이며 점진적으로 (INF) 조약의 기반을 훼손하면서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해왔다"며 "(미국이 유일한 패권 국가가 되는) 단극 세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겠지만 그것이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22일 <환구시보>는 수년 동안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조약을 탈퇴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규정했다.
신문은 INF가 "냉전 시기 큰 전환점이었고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의 기초였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 조약을 대체로 지켜왔다"며 "(INF가 파기된다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탄도 미사일과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국제사회의 불안정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INF 파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퇴보"라면서 미국이 실제 INF를 파기하게 된다면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INF의 파기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푸멍쯔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INF 파기 발언은 미국이 중국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전투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INF 파기 후 미국은 새로운 무기 개발과 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지난 21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22~23일 이틀 동아 러시아 공식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그는 22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3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미러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현안으로 부상한 INF 파기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양측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시리아, 이란, 우크라이나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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