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생산 공장과 별도의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간 노조는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며 신설법인을 반대해왔다. 장기적으로는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한국GM '독자생존'의 최후...유럽 오펠 사례를 보라)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R&D 신설법인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설법인을 통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의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한국GM의 지위 격상과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것. 한국GM은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 절차를 완료하고 신차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법인분리가 완료되면 전체 한국GM 노조 조합원 1만여 명 중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등 R&D 인력 3000여명이 신설법인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신설법인, 독자생존 뿌리 자르려는 의도?
한국GM 노조는 법인 신설이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설 법인은 기존 한국GM 노사간 단체협약을 승계할 의무가 없는 데다, 조합원을 분리해 노무관리를 손쉽게 하고, 최악의 경우 철수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노조원 수십 명은 주총이 열린 이 날 인천 부평 본사 사장실 입구를 봉쇄하며 주총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린 파업 찬반투표에서 이례적으로 78%의 높은 동의를 얻었고,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쟁의 조정 중단 결정을 내리면 총파업 일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법인이 생기는, 즉 기존법인이 둘로 나눠지는 것은 단순히 회사가 둘로 분리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간 유기적 역할을 맡아온 생산과 연구개발 분야가 분리, 즉 그간 한국GM이 가지고 있던 장점인 생산과 연구개발의 유기적 결합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정책위원은 "GM이 한국 법인을 언제까지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국GM 역시 독자생존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역량이 한국GM이라는 법인 한울타리 안에 함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연구개발과 생산분야를 나누면서 한국GM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뿌리부터 잘라버리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2대 주주 산업은행은 패싱?
노조만큼은 아니나 당혹스러운 건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한국GM 2대 주주(지분율 17%)이나 노조 농성으로 이날 주총에 참석도 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결정된 법인 분리 관련해서 비토권 대상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권, 즉 한국GM이 총자산 20%를 초과--해 제삼자에게 매각·양도·취득할 때 비토권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이 한국GM의 신설법인인 연구개발 법인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산업은행은 GM이 법인 분리 필요성을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총을 강행했다며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안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몇 년이나 걸리기에 사실상 법인 분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
산업은행은 5개월 전, GM이 10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한 7조7000억 원 중 8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GM은 그뒤 부평 2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산업은행의 반대에도 법인을 둘로 쪼갰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GM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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