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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로 포장된 '플랫폼 대자본'의 골목 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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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로 포장된 '플랫폼 대자본'의 골목 침탈

'카카오 카풀'은 과연 '혁신'인가?

3만 택시운전사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조만간 출시될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카풀은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아직 정식 출시일은 결정되지 않았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운전자가 되는 것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운전면허증과 차량등록증 등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된다.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앱에 행선지를 입력하면 방향이나 행선지가 맞는 운전자가 수락하는 식이다. 이를 중계하는 카카오는 요금에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식이다.

택시요금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공유경제'가 도입됐다는 마케팅이 먹히면서 시민들에게는 매우 호응이 좋다.

반면 택시운전사들은 이 서비스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출퇴근 시간대 카풀은 합법적인 제도로 이미 다양한 앱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카카오 카풀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퇴근 시간대만 서비스한다? 글쎄...

택시운전사들은 대기업에 가까운 카카오를 지목한다. 이른바 '골목상권'인 카풀 사업에 사실상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 종전 카풀 사업은 동호회 수준이라 할 정도로 본격 상업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소규모이기에 운수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 미미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진행하는 '카카오 카풀'은 업계 입장에서는 엄청난 파장이라고 택시운전사들은 판단한다. 개념만 '공유경제'에 가까울 뿐 사실상 '플랫폼 경제'를 장악한 자본을 이용해 자가용으로 택시 영업을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카카오 측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택시업계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면서 외려 출퇴근 시간대에 반복되는 승차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를 보면, 9월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동안 카카오T택시 호출은 약 20만5000건에 달한 반면, 당시 배차를 수락한 차량은 3만7000대에 불과해 호출의 80% 이상이 공급 불가능한 상태로 나온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들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대는 점차 확대될 것이고 자연히 택시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출퇴근 시간대에서 평시간대로 확대할 경우, 늘어나는 수익이 뻔히 보이는데 카카오가 이를 포기할리 없다는 것. 시민들의 호응, 그리고 거대 기업의 로비와 자본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판단이다.

택시운전수들의 '퇴직금'이 사라진다

평시간대로 카풀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택시운전수의 수익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그럴 경우, 택시 면허의 프리미엄도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개인택시에 붙은 프리미엄(권리금)은 서울시의 경우, 면허 하나당 1억 원 정도다. 하이투자증권이 BBC 코리아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서울·경기 택시 면허 시장의 프리미엄은 총 5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 돈이 모두 사라지진 않겠으나, 상당 부분 하락할 게 자명한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차량공유서비스를 도입한 뉴욕의 경우, 130만 달러까지 했던 택시 메달리온(면허) 가격이 18만 달러로까지 폭락했다.

많은 택시운전사들은 은퇴할 즈음, 이를 팔아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식인데, 차량공유서비스의 등장으로 이 자금이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메달리온을 구입하려 대출을 받은 대다수 택시운전사들은 구입 당시보다 낮아진 메달리온 가치, 그리고 낮아진 연봉으로 대출을 갚기가 어려워지면서, 파산신청을 하거나 메달리온을 반납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언젠가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택시운전사들이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공유경제'로 포장된 사실상 대기업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범

시민들은 카풀 서비스를 반기는 분위기다. 기존 택시의 불친절함과 비싼 가격이 이유다. 게다가 그간 폐해로 지목된 '대기업 독점자본'이 아니라 '공유경제'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기에 이미지도 친근하다.

이는 정부 당국과 택시 사업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나친 사납금, 택시 공급 과잉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서비스 질을 방치한 결과 '카카오 카풀'과 같은 변형 운수업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형태만 다를 뿐, 카카오라는 거대 기업이 골목상권인 택시업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기업 독점 체제에서 진행되는 사업에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피할 길이 없다. 실제 카카오가 택시 서비스를 도입한 뒤, 택시 관련 스타트업들은 모두 몰락했다.

문제는 이번 카풀 서비스는 '대기업 독점' 대신 '공유경제'라는 프레임으로 포장됐다는 점이다.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게 할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인 택시운전사들을 보호할 명분조차도 사라지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과연 이같은 모델이 '공유 경제'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플랫폼 자본'이 기존 상권에 침입해 막대한 수수료를 올리면서 자영업자들,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해외에서도 이미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는 '공유경제'의 경계를 넘어 사실상 '플랫폼 독점'을 통한 대자본의 이윤 극대화로 흐르고 있다.

택시업체들로 구성된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가 "카풀앱은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카풀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불법 영업행위"라며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마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해 자가용의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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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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