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19일 오후 서울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요즘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데, 이는 수많은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것으로 누구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라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는다. 이 대통령은 전날 '노크 귀순' 사태가 벌어졌던 강원도 22사단을 방문하는 대신 NLL 인근의 서해 연평도를 방문해 "우리 NLL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NLL은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것"이라는 말과 비슷한 인식이다.
▲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
여권의 투톱이 'NLL 진실 공방'을 넘어 NLL의 가치 문제로 화제를 전환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새누리당도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좌파는 NLL이 휴전협정 이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선정한 것이어서 북한이 이를 무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경계선이 부당하다는 논리는 실로 무책임하다"며 "NLL 문제는 진보진영의 대북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에서 역시 '대북관' 등 NLL 이슈를 가치 논쟁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여권의 'NLL 총공세', 5년 전 판박이
NLL 논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역시 새누리당의 'NLL 총공세' 저의를 의심케 한다. 새누리당은 5년 전 17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던 2007년 10월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당시 야당에서도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문재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내고 "가짜 대화록을 들고 나와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하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게 누구인데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하는가"라며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는 북방한계선을 변경하려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진 대변인은 "당시 정상회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석했던 장관들이 나와서 비밀 단독회담도 비밀 대화록도, 또 NLL 포기와 같은 발언도 없었다고 분명하게 진실을 말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문재인 후보도 직접 나서서 비밀 단독회담도 비밀 대화록도 없었으며 NLL 관련 발언도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실체 없는 NLL 발언'에 대한 공세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모양새다. 문제의 NLL 발언을 주고받았다는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현재 세상에 없다. 게다가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무소속 대통령'이었다.
남북관계, 대선 앞두고 '특별한 계기' 없이 긴장만 고조
현재 남북 관계는 특별한 계기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군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귀순병 사례들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 대통령은 북한 정권 붕괴론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연일 내놓음으로써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경호 우려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도를 '깜짝' 방문해 서해 어선들의 조업 한계선을 북 쪽으로 더 끌어올려 NLL 인근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탈북자 단체 연합체인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도 '긴장 고조'에 한 몫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오는 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북한에 초코파이 등이 포함된 전단을 날려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군 서부전선사령부가 통고문을 발표하고 "임진각과 주변에서 전단 살포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포착되는 즉시 서부전선의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도발 원점에 대해 완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는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범보수 진영이 나서서 'NLL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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