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내 최대 기업으로 손꼽히는 LG하우시스 옥산공장의 일부직원들이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LG하우시스 직장 내 집단 괴롭힘 피해자모임’의 피해자 6명은 1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0여 년간 직장 내에서 극심한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죽고 싶었죠” 피해를 호소하는 한 직원은 짧은 기자회견문의 첫 문장을 읽고는 울먹이며 말을 잊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회사의 권한을 위임받은 팀장, 실장, 반장 중심의 공적 조직체계로부터 오랜 기간 따돌림과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조직으로부터 과도한 비호를 받는 후배사원들로부터도 함부로 취급당하고 반말, 욕설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LG가 대외적으로 표방해온 인간존중, 정도경영의 기업 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회사 경영진이 괴롭힘과 따돌림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팀장을 비호하고 비인간적인 조직문화를 눈감아 온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G는 LG하우시스내 괴롭힘·따돌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근절 대책을 세워라. 또한 가해 책임자들을 엄중 조치하고 피해자들의 심리적·사회적 원상회복을 위해 즉시 필요조치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LG하우시스 옥산공장의 A팀장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회식에서 빼고 연장근무에서 제외하며 노골적인 반말과 괴롭힘 등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괴롭혀 왔다.
따돌림 등 피해를 당한 직원은 팀원 100명중 10%에 달하며 그 기간은 짧게는 수년에서 10년까지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따돌림을 당하는 직원들이 업무 중 다친 경우에도 산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회사 측은 노조의 제안에 의해 집단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피해자들의 문제점 기술이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회사가 A팀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예로 LG하우시스 옥산 공장 내 다른 팀에서는 퇴사자가 없는 반면 A팀장의 팀에서만 2016년 10월부터 2년간 15명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따돌림 문제에 대해 사내 고충처리팀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답은 ‘네가 잘못이다’식의 한결같은 답변만 이어져 피해자들은 더 큰 좌절을 겪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한 피해자는 “LG는 결코 꿈꾸던 직장 아니었다. 신입사원시절 누구누구와는 어울려서는 안 된다 교육을 받아왔으며 사내 고교동문 모임도 못나가게 했다. 심지어 ‘노조선거에 누구를 찍는지 투표용지에 점찍어 찾아낸다’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따돌림을 당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지난해 ‘호이스트에 목을 매 죽고 싶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19일 번개탄을 구입해 차량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친구가 경찰에 신고해 살아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김인국 신부는 “6명의 피해 노동자는 불타고 있는 집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고 탈출했지만 다시 돌아가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라며 “가해자들의 참회와 방관했던 LG하우시스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국방위원으로써 병영내 강력사건 조사 참여시 봤던 사건 진상과 흡사하다”며 “계열사 차원에서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룹 본사와 대화 시도하겠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오창근 참여연대 국장은 “피해자들이 길게는 10년간 따돌림과 모욕감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LG하우시스 측도 이날 오후 이 문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상훈 LG하우시스 HR담당 부문장은 “회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우식 총무팀장은 “지난 1월 폭행사건은 안전수칙 위반과 관련된 사원간 다툼이었으며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한 징계가 아니라고 판정 받았다. 또한 올해초 자살한 직원은 회사측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해당 팀은 근로환경이 힘들어 구성원들의 이탈이 많은 편이며 조직문화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팀장 또한 오랜기간 많은 경험을 인정받아 승진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어느정도 회사의 잘못도 인정한다. 다만 표현의 방식 차이일수 있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욱 노력하기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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