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제 수탈의 아픈 기억 담긴 삼례...그곳에 ‘문화의 향기’ 꽃피우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제 수탈의 아픈 기억 담긴 삼례...그곳에 ‘문화의 향기’ 꽃피우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한국 무용계 최초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

3살때부터 춤사위를 시작한 우리나라 무용계 최초의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가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지구촌 엑스포 무대에서 한국의 예술을 알리는 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트네트웍스
문화와 예술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예술의 고장'인 전북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찾아 작품 세계와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무용계 최초의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60) 자매를 이번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3살부터 한국무용을 배웠다는 이들은 지구촌 엑스포 무대를 통해 세계 곳곳을 돌며 한국의 예술을 선보였다. 물론 국내에서도 그 실력을 널리 인정받기도 했다.

지금은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문화 예술 공간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전북 완주군이 지역 재생을 위해 일제 강점기 시대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삼례양곡창고를 매입해 조성한 문화 예술 공간이다.

‘춤꾼’ 가영·가희 자매를 만나 문화예술촌을 명소로 만들어가는 삶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한국 알리는 쌍둥이 무용가로 ‘세계적 명성‘

“1999년 한국인 무용가로서는 최초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며 왕비가 추는 ‘태평무’를 선보였죠” (심가영)
“지금도 그때 공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심장이 떨립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였어요” (심가희)

한 날 한 시에 5분 차이로 태어난 한국 무용계 최초의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

이들 ‘쌍둥이 춤꾼’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엑스포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선발돼 ‘부채춤’ ‘장구춤’ ‘태평무’ ‘사물놀이’ 등 한국의 전통춤과 창작 춤사위로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 무대에 올랐다.

전북 완주 고산 면에서 태어난 이들 자매는 3살 때 첫 춤사위를 시작한 후 전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 후 상경, 나란히 중앙대 무용과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금파(金波), 강선영(姜善泳·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씨로부터 사사하며 한국의 전통춤을 두루 익혔다.

자매는 무대에도 똑같은 외모와 똑같은 춤 실력을 인정받았다. ‘태평무’ 이수자로 함께 지정됐다.

중요무형문화재인 ‘태평무’는 궁중여인들의 위엄이 배어나는 몇 겹씩 겹쳐 입는 궁중의상을 입고도 절제된 동작과 발놀림을 보여주어야 하는 고난도 춤이다.

똑같은 외모와 똑같은 신체의 쌍둥이 자매가 똑같은 활옷과 당의를 입고 한 마음으로 보여주는 ‘태평무’는 기존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궁중의 신비함과 운치를 선사해 찬사를 받았다.

특히 국악계 최대 경연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문에서 장원과 차상을 나란히 수상해 쌍둥이 무용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알리기도 했다.

이들 자매는 강선영 무용단에 소속해 있던 19살 때부터 20년이 넘게 100여 개국을 돌며 엑스포 무대에서 한국 춤과 문화를 알렸다.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의 춤사위.ⓒ아트네트웍스

■ 한국 문화단체 대표로 지구촌 최대 축제 엑스포 최다 참가

“미국 관객은 북춤 같은 역동적인 무용을, 유럽관객은 승무와 살풀이 같은 내면적인 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들 자매는 1999년 한국무용가로는 최초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 1999무대에 섰고,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도 160일 동안 한국 춤과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로 활약했다.

1984년 강선영 무용단원으로 미국 뉴올리언스 엑스포 참가 후 지난 21년 동안 캐나다 밴쿠버, 스페인 세비야, 일본 쓰쿠바, 독일 하노버, 호주 브리즈번 등 각종 엑스포에서 5~6개월씩 머물며 한국 춤을 공연했다.

‘태평무’ ‘살풀이’ ‘검무’ ‘판굿’ 등 한국문화 이미지를 한껏 살린 춤들이 무대에 올라 찬사를 받았다.

“외국인에게 선보이는 한국관의 문화상품 가운데 전통무용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언어는 몰라도 몸짓과 음악으로 총체적인 우리 문화 수준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심가희)
“엑스포 공연은 쉴 틈 없어요. 며칠 공연이 고작인 국내와는 달리 몇 달 동안 매일 무대에 섭니다. 그러니 한국무용을 보려고 수만 명씩 모여드는 외국인 인파에 공연이 끝나면 쏟아지는 기립박수와 사인공세는 국내에선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기쁨 입니다” (심가영)

쌍둥이 춤꾼은 2005년 개관한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도 한국의 희망과 저력을 전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심가희 금림(錦林)무용단은 이곳에서 6개월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활동했다.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론 안 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자부심을 다져야지요. 단원들은 6개월 동안 숙소와 한국관을 오가며 공연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심가희)
“엑스포 공연을 위해 길게는 수년 동안을 준비합니다. 수십 명의 단원들과 함께 외국 객지생활을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게다가 한 작품 당 2~3벌의 여벌의상을 준비해야 되고, 장구, 북 등 100여개 의 짐을 싸느라 힘들고...” (심가영)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엑스포에도 한국대표 문화단체로 참가, 한국관 예술총감독을 맡는 등 무려 10번에 달하는 엑스포에 참가. 엑스포 153년 사상 전무후무한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일제 강점기 양곡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삼례 양곡 창고.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지금은 문화예술의 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됐다. ⓒ프레시안(이태영 기자)

■ “지구촌 최고의 무대 공연 노하우 살려 문화예술공간 다질 것“

“수많은 해외 공연으로 오랜 동안 객지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저희에게 고향인 완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따스한 곳입니다” (심가희)
“지구촌 최대 축제인 엑스포라는 무대 공연 경험을 살려 새로운 문화예술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었죠” (심가영)
“국내에서도, 특히 저희가 태어난 이 곳 완주에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살며 문화와 예술을 공감하며, 관광객들에게도 보고 즐기고 행복한 추억을 담아가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심가희)

이들 자매가 삼례문화예술촌을 운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전통 춤의 문화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들 자매가 수 십 년 동안 공연하며 배우고 익힌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사랑받는 문화예술공간을 창출하고자 첫발을 뗀 것. 그게 어디 쉬운 결정이었으랴.

문화예술분야 전문 경영인들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로를 토닥이며 당찬 각오를 다졌다.

“삼례문화예술촌을 지역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서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삭막한 터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있는 이들 자매의 노하우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지난 3월 개관이래 벌써 3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던 삼례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의 문화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람들의 입과 눈으로 삼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인근 주민들도 반기고 있다.

속이 꽉 찬 문화예술 향기로 그윽한 이곳은 늘 열려 있는 문화공간인 셈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아이들에겐 ‘꿈’을 키워가는 곳으로, 젊은 연인들에겐 색다른 데이트 장소로, 어른들에겐 힐링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 일제 감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아픈 과거’

조선시대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만나는 거점이었던 전북 완주군 삼례.

이곳은 만경강 상류에 위치해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으로 일제강점기 시대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다. 그 한가운데 삼례양곡창고가 있었다.

특히 1914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삼례역 철도를 이용해 군산으로 양곡을 이출하는 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삼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례양곡창고는 1920년대부터 2010년까지 사용되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경쟁력에서 밀려나 낙후되고 초라한 도시로 변모해 갔다.

이곳은 1920년대 신축돼 2010년까지 양곡창고로 사용되다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 변화로 기능을 잃게 되었으나, 지역 재생을 위해 완주군에서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양곡 창고가 2013년 6월 5일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 하게 됐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초대전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시즌별 기획전이 펼쳐지고 있는 모모전시관. ⓒ프레시안(=이태영 기자)

■ 양곡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전국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삼례문화예술촌은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과 전시·공연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걸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3월 재개관하면서 기존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게 변화를 시도했다.

7개의 창고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북아트센터, 커뮤니티 뭉치, ‘만남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문화카페 뜨레 등으로 재편됐다.

차도 마시며 전시작품을 감상하고, 수준 높은 연주도 들은 뒤 차담을 나누는 따뜻한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가장 큰 변신을 시도한 모모미술관은 전북지역작가 중심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들의 초대전도 개최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시즌별 기획전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아트관은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 작품은 물론 인터렉티브 영상, AR·VR 영상과 같은 재미있는 요소를 가미한 체험관 형태로 운영된다. 

소극장 씨어터 애니는 극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본격적인 예술 공연 및 영화상영 등 방문객들에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재탄생됐다.

이밖에 커뮤니티 뭉치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 체험 및 여가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며, 운치를 더한 카페 뜨레도 새롭게 단장돼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곳은 유치원, 초-중생들에게 인기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벌써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멀리 경상도, 제주도에서까지 방문하는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문화예술공간으로 입소문이 나서인지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최근 클래식공연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학생들이 나중엔 합창을 하는 등 음악교육 역할도 톡톡히 해 낸 것 같아 너무 기뻤습니다”(심가희)

이곳은 아이들에겐 ‘꿈’을 키워가는 곳으로, 젊은 연인들에겐 색다른 데이트 장소로, 어른들에겐 힐링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례역이 가까이에 위치해 기차를 이용한 여행에도 좋다.

삼례역에서 걸어서 2~3분이면 이곳에 도착한다. 입구에 서있는 “사랑해요 삼례” 간판이 친근감 있게 안아준다.

“예술과 친하지 않아도 세월의 흔적 간직한 채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창고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감성을 충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가희)
“우리의 문화를 느끼고 서로 화합하는 의미를 더해 지역민들과 상생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차원으로 전통 혼례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심가영)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된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전국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으며, 전라북도 1시군 1대표관광지에도 선정됐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된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전국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 유네스코 등재 기념 제1회 대한민국 농악제 화려한 막

“엑스포 무대에서의 농악공연은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심가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기념으로 전국의 농악 전문공연단체와 차세대 젊은 농악단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가 펼쳐집니다. 점차 경연대회 형식으로 뿌리를 내려 세계적인 민속축제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심가영)

전국 농악인들을 한데 모으는 농악축제를 기획한 이들 자매는 최근 '하루가 짧다'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오는 8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제1회 대한민국 농악제가 펼쳐진다. 벌써부터 삼례가 손님맞이에 들썩이고 있다.

한국의 농악의 대중성과 예술성은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 최근 전통예술 K-한류의 주역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의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된 후 전국단위로 개최되는 최초 행사인 셈.

이날 제99회 익산에서 치러지는 전국체전 성화 봉송식도 동시에 진행된다.

문화재로 지정된 정읍농악보존회, 부안농악보존회와 함께 구미농악단,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남사당의 후예인 솟대쟁이패 등이 함께 한다.

완주 13개 읍·면 농악단도 참여해 완주군 문화의 저력과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마당이 됨은 물론이다.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의 춤사위 ⓒ아트네트웍스

■ “작은 곳이지만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 품격’ 다져갈 것”

“예술의 도시 스페인 세비아를 방문했을 때 야외공연 소식을 듣고 1시간 30여분을 직접 운전해 공연을 봤습니다. 인위적으로 꾸며낸 무대가 아닌, 자연 자체를 무대삼은 공연으로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아직도 그 벅찬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심가희)
“삼례는 아픈 과거를 간직한 곳이지만 역사와 현대를 어우르는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는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다져가야죠” (심가영)

삼례문화예술촌을 통해 전북지역 모든 예술가들과 함께 세계인이 공감하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쌍둥이 자매.

고향에서 ‘제2의 예술문화’를 개척해가는 이들 자매는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리고 이젠 서로에게 든든한 길잡이로 용기를 복돋아 주고 있다.

이렇듯 ‘춤꾼’ 심가영-가희 자매의 지극한 예술사랑은 역사적 한을 간직한 삼례 마당을 문화의 향기로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운치를 더한 카페 뜨레. ⓒ프레시안(=이태영 기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