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러시아 연방회의 상원의장과 만나 철도, 가스, 경협 분야에서 남·북·러 3각 협력 방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비핵화 협상과 맞물린 정상 간의 만남 일정도 가시화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푸틴 대통령은 2019년 방한해 문 대통령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마트비엔코 회장에게 "지난 9.9절(북한 정권수립일)에 북한을 방문해서 러시아와 남북 간 철도와 가스, 경협 분야에서의 3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신 것에 대해서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에 대해 "나도 그에 대해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작년 동방경제포럼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에 대해서 의논한 바도 있다"면서 "그에 대해서 의장님의 고견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러시아와 미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며 "러시아가 한반도 프로세스에서 매우 중요한 협력자, 그리고 또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 진심이지만, 일방적 비핵화 못해"
이에 마트비엔코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께서 한국 방문 초대를 받아들였다. 내년 안에 방한을 계획하고 있고, 외무부 차원에서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합의하고 있다. 방한을 준비하는 데 양측이 착수했으면 좋겠다"고 푸틴 대통령의 방한 사실을 알렸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한 환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날짜와 장소를 협의 중"이라고도 말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러시아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주의 깊게 지켜봤고,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남북 대화를 계속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도로와 철도 연결에 관해 내려진 결정이 중요한 출발점이고, 철도 연결 사업이 남·북·러 3자 협력에서도 좋은 새로운 기회를 연다"고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마트비엔코 의장은 "아시다시피 저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고, 김 위원장의 평화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진심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종전 선언이나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오는 7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제재 완화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종전 선언은 비핵화의 흥정물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문제에 '시간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북한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상원의장은 국가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요직이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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