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변인은 "박 후보도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체제에 그늘이 있었고, 당시 민주주의가 위축됐던 사실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박 후보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당 대변인이 사과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박 후보와 함께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한 이상일 대변인은 현장에서 "행사가 끝난 뒤 (홍일표 대변인의 사과 관련) 기사를 보여드렸다.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박 후보는 '홍 대변인과 얘기 나눈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 개인 견해인지 몰라도 후보와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나온 브리핑이다. 후보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파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설익은 '사과문'을 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또 이같은 '촌극'은 명백한 대법원 판결로 '사법 살인'이었음이 밝혀진 사건을 두고 "판결이 두개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박 후보가 당장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취재진 보자마자 "오늘은 인터뷰 없습니다"
▲ 박근혜 후보가 12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뉴시스 |
박 후보는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앞서 기자를 보자마자 "오늘은 인터뷰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행사 후 나오는 길에서도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당사 앞에 항의하러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안철수 교수가 출마를 시사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후보는 "오늘은 좀..."이라며 말을 아꼈다.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을 저지하는 등 경호도 한층 강화됐다. 평소 이동 중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피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박 후보의 반응은 다소 예민해보였다.
앞서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소속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도 불참했다. 많은 취재진이 회의에 앞서 박 후보에게 인혁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박 후보는 회의 예정 시각 15분이 지나서야 보좌관을 통해 "급작스런 비공개 일정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박 후보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11총선 당시 제시했던 총선공약 가운데 세법 개정안이 다수 상정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모았었다. 일각에서는 회의 불참 이유와 관련해 "인혁당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후보와 함께 기재위에 소속된 최경환 비서실장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혁당 사건에 "두 개의 판결이 있다"며 인혁당 사건 관계자에 무죄 판결을 선고한 2007년 재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 측은 전날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고 촌평을 내 놓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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