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3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이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수용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메모지 등 개인 물품을 확보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긴밀히 교감하며 주요 재판에 관여하려 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검찰은 특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행정처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올해 1월 공개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에는 2015년 2월에 내려진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행정처가 민정수석실에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판결 후에는 행정처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고 문건에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5년 11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사건', '통상임금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 사법부가 정부에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설명하면서, 상고법원이 좌절될 경우 사법부가 더는 정부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협박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이는 특정 사건의 재판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의사연락을 한 정황을 드러낸 것이어서 공개 당시 법조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이밖에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가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우 전 수석의 지시가 있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넘겨진 자료는 김 원장 소송 상대방 로펌의 수임 내역 등으로, 당시 청와대가 해당 로펌에 압력을 가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던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조만간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어떤 과정으로 행정처와 소통했는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청와대의 개입 의혹과 구속영장 정보 유출 의혹 사건 수사 등과 관련해 전·현직 판사 4∼5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익 침해의 정도를 감안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사유를 들어 우 전 수석 수용실 외에는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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