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을 해로한 노부부의 사계절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납부야 납부야(Butterfly)’가 추석 연휴 전국의 관객과 만나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외딴집. 겨울 아침 수돗가에서 할머니(김순규)의 요강을 비우는 것으로 할아버지(이종수)의 일상은 시작된다.
그리고 음식이며 설거지, 빨래 같은 모든 집안일은 할아버지의 몫이다.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를 위한 배려다. 할머니는 ‘고맙소, 고생했소’로 화답한다.
할아버지가 마당에 내린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어 보이며 “이거는 할머니고, 이건 나고”라고 하면 할머니는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더니 맞는 거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어느 봄날 할아버지가 직접 깎아 선물한 나무 비녀는 할머니를 미소 짓게 하고 마루에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노부부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언 80여 년의 세월을 더하는 동안 그 시간만큼 노부부에게 남은 건 사랑보다 더 큰 정(情). 하지만 노부부에게도 현생에서의 영원은 피할 길이 없다.
“조금 서운하지…. 마음으로는 서운하기는 한정 없이 서운하지만 그래 봤자 소용없거든. 인자 저승에나 가면 만날까…, 이제 안 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아버지는 사무치게 그리운 할머니 생각에 모든 것을 놓게 하고, 할아버지 곁에 남은 건 할머니와의 소담한 추억뿐.
점점 쇠약해지는 육신을 추스르는 할아버지는 그해 겨울 막내딸 집으로 가고 이듬해 여름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잡초가 무성한 외딴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다시 딸네로 돌아가기 싫은 할아버지는 딸과 실랑이를 하고 어저귀 누에 앉아 앞산을 쳐다보며 할머니 생각에 젖는다. 먼저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마당에 내려앉은 나비를 부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부야’는 그렇게 탄생했다.
아흔을 넘긴 노부부의 동화 같은 일상을 담은 ‘납부야…’는 KBS 창원총국 ‘우문현답’의 주인공으로 방영된 노부부의 일상을 최정우 감독이 7년간 관찰한 기록이다.
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납부야…’는 지난 5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지난 20일 개봉과 함께 추석 연휴 전국 상영관에서 상영돼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특히 이번 추석 극장가는 100억∼200억 원 대의 ‘물과’, ‘안시성’, ‘명당’, ‘협상’ 등 소위 ‘4대’가 큰 경기를 벌인 가운데 ‘납부야…’가 상영돼 4대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78년을 해로한 노부부를 통해 ‘부부란 무엇이며 노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진 가슴 뭉클한 영화”라며 찬사를 보냈다.
앞서 열린 시사회에서 인기배우 최강희는 “마음에 나비가 날갯짓 하는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남해 출신 김두관 의원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 가슴에 남는다”라는 진심 어린 논평을 남겼다
한편, ‘납부’는 ‘나비’의 방언으로 생전 호랑나비를 좋아했던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르는 또 다른 의미이자 환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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