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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주열 거품'과 한국은행 지도부의 강변

[기고] 금통위의 민주적 재구성이 중요하다

그린스펀 "풋", 그리고 그린스펀에 대한 엇갈린 평가

"그린스펀 풋"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을 18년 넘게 지낸 앨런 그린스펀 금융정책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여기에서 "풋"이란 "풋 옵션"의 준말로, 특정한 가격에 자산(주식, 채권, 토지 등)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낸다. 풋 옵션을 가진 권리자는 자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그 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으므로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를 면할 수 있게 된다.

그린스펀은 연준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금리를 낮추고 화폐를 시장에 대량으로 흘려보내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자산 가격 하락세는 금세 멈추었고 이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자산 가격이 너무 오를 때는 이를 걱정하는 투의 말을 한 마디씩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 거품이 한창이던 1996년 12월에 그는 널리 알려진 "비이성적 과열 상태"라는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그가 이끄는 연준이 그러한 상태를 바로잡을 정책을 폈던 것은 아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어떤 우연한 사건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린스펀이 곧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그린스펀의 정책이 자산 가격의 하락에서 오는 손실을 막아주는 "풋 옵션"이나 다름없었다. 그린스펀의 백만장자 친구들이나 대자본가들은 자산 가격을 떠받쳐주는 그린스펀의 금융정책을 극찬했다. 그들은 그린스펀을 경제대통령으로 불렀고, 거장이라는 뜻의 "마에스트로"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대자산가들이 얻는 그 이익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또는 앞으로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국면에서 화폐를 금융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하여 자산 가격을 떠받칠 때 생기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떠맡는다(손실의 사회화). 사회가 비용을 떠맡는 방식은 다양한데, 임대료의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대중들의 소비능력 감소, 실질임금 감소, 노동자 구조조정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처럼 그린스펀의 금융정책은 중산층과 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유층의 부를 늘려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린스펀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실질임금은 하락했고 부의 집중은 심해졌으며 불평등도는 크게 높아졌다. 더욱이 그린스펀이 만든 거품은 2000년의 나스닥 주식시장 붕괴와 2008년의 주택시장 붕괴(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나타났는데, 미국경제 전체가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진보적인 시민단체·지식인들은 그린스펀을 "지적 사기꾼" 또는 경제대통령에 빗댄 "거품의 제왕"으로 묘사했다. 이와 같이 그린스펀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될 이주열 금융통화위원회 체제

얼마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의 집값 상승이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 탓에 생긴 것이 아닌가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만을 보고 통화정책을 펼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한은 부총재의 답변은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이고 또 마땅히 중앙은행은 그래야 한다.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에 중점을 두고 금융정책을 펴면 서민대중들의 불행이 생겨나고, 자산 양극화는 심해지며, 경제의 발전 잠재력은 줄어든다. 그런데 지금 많은 국민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은행이 부동산 가격에 중점을 두고 금융정책을 펴왔던 것은 아닌지를 한국은행(금통위)에 오히려 묻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질문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2014년부터 금융통화위원회(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도 겸한다)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부동산 가격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의도한다는 것 말고는 금리를 낮추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정책금리를 다섯 번에 걸쳐서 인하하여 1.25% 수준에 이르게 했는데, 이러한 수준은 주요 나라들의 정책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금통위는 본원통화를 2014년 4월 말 99조 원에서 연말에는 117조 원으로 18조 원을 증대시켰는데, 이는 연율로 환산하면 27%에 이르는 역대급 증가율이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한 것도 아닌데, 화폐량 증가율이 이렇게 높아야 할 이유를 자산 가격 말고는 찾을 데가 없다. 이후 실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의 경우 2012년에 마이너스 0.03%, 2013년에는 0.31% 상승했던 것이 2014년에는 1.71%, 그리고 2015년에는 3.51%가 상승했다.

이주열 금통위체제가 들어선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한 자산 부문의 금융 거품은 현재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품이 생기는 동안 우리사회 최대의 땅부자인 재벌과, 부동산 부유층들은 큰 이득을 챙긴 반면, 다수 대중들은 전세·상가 임대료 올려주랴, 이사하랴 수많은 개인적인 고난과 불행을 겪고 있다. 재벌과 부유층의 횡재, 이에 대비한 서민대중의 고통 증가는 거품이 만들어낸 단면들인데, 여기에서 사회의 심각한 이해 균열이 생겨나고 있고, 이러한 균열은 틀림없이 경제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할 것이다.

이주열 금통위의 금융정책은, 그린스펀 정책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수의 재벌과 부유층,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 학자들은 이주열 금통위의 능력을 평가하고 칭송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수 서민대중은 이주열 금통위의 금융정책이 서민들의 삶을 파탄내고 양극화를 극단으로 치닫게 한 것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너무 가팔라 그 책임이 금통위에 돌아갈 수 있음을 걱정한 탓인지 이주열 금통위 체제가 현 국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은 자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내세워야 하는가?

금통위의 강변이 함의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 가격과 물가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물가란 일반 상품들의 가격지수(사실은 물가도 상품의 가치가 올라서 생기는 경우,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서 생기는 경우가 있다)를, 그리고 자산 가격이란 국채, 회사채, 주식, 파생상품, 토지 등의 가격 지수를 나타낸다. 자산 가격은 미래의 청구권(배당, 임대료 등)을 자본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상품의 가격과는 형성되는 원리가 다르다.

물가와 자산 가격은 경기의 순환국면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1980년대 들어서 둘이 전혀 별개로 움직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는 논쟁거리이지만 어쨌든 중앙은행이 외부에서 금융시장으로 밀어 넣은 화폐가 재생산과 관련을 맺지 않은 채 자산 시장에서만 머물면서 자립적으로 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예컨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도 물가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1990년대 중반의 정보통신 주식 거품이나 2000년대 초반의 부동산 거품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이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자산 가격 거품의 형성과 붕괴가 대중의 소비생활을 압박하고 양극화를 진전시킨다는 점에서는 중앙은행은 당연히 자산 가격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자산 가격 통제는 자산가 계급의 이해와 충돌한다. 이리하여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 통제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에서 유명한 중앙은행 연구가인 굿하트는 자산 가격 거품의 확산과 붕괴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이 거품형성 초기에 정책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여러 연구자들도 이러한 견해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그 거품이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투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 거품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품에 대응할 경우 경제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차라리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진 뒤에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폈다.

1990년대의 그린스펀 위상이 막강했기 때문에(그리고 금융자산가 계급의 힘이 셌기 때문에) 논쟁은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 안정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쪽으로 일방적으로 정리되었다. 자산 가격 안정의 배제는 중앙은행 운영의 중요한 원칙으로 대접받았고, 이는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불렸다. 이러한 독트린을 바탕으로 중앙은행은 물가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자산 가격을 높이기 위한 무제한의 화폐 공급에 나설 수 있었다. 1950~60년대에 미국 연준 의장을 맡은 바 있는 윌리암 맥체스니 마틴은 중앙은행의 임무가 "파티가 한창일 때, 술동이를 치우는 일"이라고 말한 한 바 있는데, 그러한 임무는 무시되었다.

자산 가격 안정은 한국은행법에 명시된 한국은행의 목표

그린스펀 독트린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삼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자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누구든(자산가 계급 이해의 옹호자를 포함하여) 자산 가격의 안정을 중앙은행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토를 달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직접 자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좀 타협적으로 넓은 의미의 금융시장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틴버겐의 정리(Tinbergen’s theorem)"에 따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목표로 삼고 독립된 정책수단(금리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타났다.

현실에서는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타협안이 주로 논의되었다. 금융안정의 일반적인 정의는 자산 가격이 펀더멘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펀더멘탈에서 벗어나면 이는 금융시장에 불안을 누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그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 안정을 직접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더라도 금융 시장 안정에 영향을 주는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대해 큰 틀에서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금융안정 목표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법에도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제1조 2항의 한국은행 목표에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보듯 한국은행법은 소극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금융안정을 한국은행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도 한국은행의 목표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다(금융통화위원들은 이를 자꾸 무시하려 하지만).

한은 지도부의 강변과 책임 회피

이제 한은 지도부의 강변들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한은 지도부는 금리나 화폐 공급량 증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한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급불균형, 일부 지역 개발 계획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가 퍼진 점,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한국은행의 금융정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정책과 자산 가격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수많은 연구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중앙은행 정책이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통설에 속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위에서 보았듯이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을 뿐이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그에 따라 유동성이 과다 공급된 것이 자산 가격 급등(2006년 당시)으로 이어졌다고 명백히 설명한 바 있다.

둘째, 한은 지도부는 자산 가격 하락이 곧 물가 하락인 것처럼 호도한다. 예컨대 어떤 금융통화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물가에 선제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그는 자산 가격을 물가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가는 비교적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것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자산 가격이 오르는데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이 한국은행법에 정해진 한국은행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금통위원은 물가에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로 사실은 자산 가격에 대응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한은 지도부는 초저금리와 신용 팽창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현재의 고용 상황을 들고 있다. 그러나 금통위는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나 신용 팽창이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117조 원의 떠돌이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고 있는 국면에서, 저금리나 신용팽창이 고용에 어떤 특별한 영향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와 같은 국면, 곧 거대한 유동성이 존재함에도 투자, 고용, 생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화폐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사회가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직접 투자를 조직하는 방식이 고용, 생산 문제를 훨씬 더 쉽게 풀 수 있다(투자의 사회화).

넷째, 현행의 물가안정목표제가 갖는 반서민성에 대해 덧붙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법 제6조는 물가안정목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1항은 한국은행이 정부와 협의하여 물가안정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제3항은 한국은행이 제1항에 따른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물가안정목표제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법이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에 부합하는 쪽으로 개정되면서 들어간 것인데, 이것이 지속적인 자산 가격 상승을 만들어내는 데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화폐량의 공급이 일반 상품의 가격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에만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은 낮은 물가를 핑계로 화폐 공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 만약 물가안정이 아니라 다른 것이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였다면 한국은행은 한 해에 본원통화량을 27%나 늘리는 무모한 행태는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자산 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하는 면도 있다. 물가를 유지하기 위한 중앙은행 정책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의 민주적인 재구성이 사회 개혁의 선결적인 과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민의 재산 분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이 권한이 올바로 사용되지 못하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요소(현재 우리가 이주열 금통위 체제에서 경험하고 있는 자산 양극화, 사회 이해의 균열과 같은)가 자라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선출된 권력은 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항상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제대로 감시·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금융통화위원회의 민주적 재구성은 사회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경제민주화든,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든 금통위의 민주적 재구성을 빼고는 얘기를 꺼낼 수조차 없다. 라파비차스(그리스 출신의 경제학자)와 이토(일본의 경제학자)는 함께 쓴 한 책에서, 화폐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사람들(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등)의 이해관계가 금통위의 의사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금통위의 민주적인 재구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집권여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제대로 된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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