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250명이 서울고용노동청 4층을 점거했다. 정부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 이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점거농성 하루가 지난 21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태일재단 등은 서울고용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불법을 저지르는 재벌의 편에 설 것인가. 법대로 해달라는 비정규직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이제 청와대가, 노동부가 답해야 할 때"라며 정부가 나서서 불법파견을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법원도 판결한 불법파견, 정부는 방관
법원은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관련 소송에서 노동자들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기아차 불법파견(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집단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심(2014년 9월)과 2심(2017년 2월) 모두에서 전원 승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에서는 이 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구성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지난 8월 1일,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관련해서 노동부가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사태해결 및 유감 표명을 권고했다. 그간 노동부의 책임방기를 지적하고 개선안을 권고한 것이다.
당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권고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불법파견을 하고 있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으며, 직접교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직접고용 시정명령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최근 노동부는 현대·기아차 사 측과 비정규직지회 간 교섭 틀을 제안했으나 회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아차는 기아차정규직 노조(기아차지부)와 ‘사내하도급 1300명 특별채용’을 일방적으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월에 3500명 특별채용에 합의했다.
회사는 노동자 성향에 따라 정규직화를 하려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노동부 행정개혁위 권고결정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아차 비정규직을 다른 직종으로 강제 전환하고 있다. 회사 말을 잘 듣는 노동자는 특별채용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다른 하청업체로 강제 전직하는 식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불법파견 문제,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돼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부가 또 다시 처벌에 미온적이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지 않자, 현대기아차는 노동부가 중재한 교섭조차 거부하고 특별채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마치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마냥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특별채용은 법원 판결에도 반하는 내용으로 현대기아차 원청과 정규직지부가 당사자인 비정규직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은 현대기아차의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불법파견 기간의 임금체불을 지급하고 근속도 인정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지금 현대기아차가 진행하려는 특별채용 합의는 불법파견 소송취하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특별채용으로 정규직이 되려면 소송을 취하하고 임금체불과 근속도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판결대로 일했던 자리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일하던 자리에서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으로 강제로 쫓겨나야 한다는 것.
이들은 "무엇보다 특별채용에 따른 소송취하를 통해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온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된다"며 "정몽구 회장은 법원판결에 따라 지급해야 할 체불임금과 근속에 따른 각종 임금 수천 억 원을 떼먹을 수 있고 특별채용으로 범죄 행위가 지워질 뿐만 아니라 체불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현대기아차그룹만 이득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행정개혁위 권고대로 즉각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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