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한 지 열흘만인 8일, 검찰은 현 전 의원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다. '늑장 수색'으로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특별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발 조치한 (현영희 의원) 것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조사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고,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했는데 한번 자진출두해서 조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 같다"며 "중앙선관위가 100페이지에 가까운 자기들의 조사보고서를 검찰에 넘겨주면서 철저히 수사할 것을 의뢰했는데,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대 18대 국회에서 보면 선관위가 200건이 넘는 선거사범을 고발조치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유죄가 됐고, 무죄가 된 것은 단 두 건 밖에 없다. 이만큼 중앙선관위가 철저히 조사해서 할 적에는 그만한 물증과 증거가 있기 때문에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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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는' 새누리당…검찰 수사 내용 흘러가?
선관위는 '공천 헌금'이 총 4명을 거쳐간 것으로 제보를 받았다. 3억 원이 현영희-정동근-조기문-현기환을 거쳤다는 것. 그러나 정작 '인풋(현영희)'과 '아웃풋(현기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중간자, 즉 현영희 의원의 전 비서 정동근 씨와 새누리당 부산시당 간부 출신인 조기문 씨 두 사람만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밝혀냈을 뿐이다.
이 사태가 불거진 후 현 전 의원은 현영희 의원에게 "누님, 저에게 돈 줬어요"라고 농담조로 물어봤다고 한다. 이처럼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은 모두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액수도 다르다. 당초 제보 내용과 다르게 현영희 의원이 정동근 씨에게 전달한 액수는 3억 원에서 500만 원으로 축소됐다. 정동근 씨가 500만 원을 조기문 씨에게 줬고 조 씨가 이 돈 중 50만 원을 떼내 다시 정동근 씨에게 '수고비' 조로 줬다는 것이,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 내용조차 여권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정황도 나온다. 사태가 불거진 직후 지난 6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검찰 수사와 관련된 보고 자료가 배포됐다. 즉 검찰에서 브리핑을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사 내용이 미리 여권에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수사는 부산지검에서 하고, 브리핑은 여의도에서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는 "검찰과 새누리당이 말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 현기환 전 의원 ⓒ연합뉴스 |
이해찬 대표는 "오늘까지 나온 것을 보면 3억 원이 아니고 500만 원을 주고 받았다는 것으로 진술을 맞춰나가는 것 같다. 그것도 만 원짜리로 500만 원을 부산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만나 밥을 먹으면서 주고 그리고 호텔에 가서 직접 만나려고 하니까 그냥 돌아갔다는 얘기가 있다"며 "너무 촌스럽지 않나. 새누리당 답지 않게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간다고 우리 국민들이 그것을 인정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부산지검이 이 사건을 맡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으면 당연히 대검공안부에서 했어야 할 사안인데 부산지검으로 보낸 것 자체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오늘 법사위원들이 오늘 중으로 부산지검에 가서 엄중한 수사를 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을 저지른 것은 박근혜인데, 책임은 황우여가 지고, 수사는 부산지검이 하는데 브리핑은 새누리당이 하고, 선관위의 조사는 꼼꼼한데, 정작 검찰의 수사는 눈뜬 장님 흉내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이 요지경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검찰이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박근혜에게 현기환은 이명박에게 최시중과 이상득이다"라며 "현기환 전 의원이 친박계 핵심인사이고 박근혜 대선승리를 위해 총선불출마를 밝혔던 만큼 박근혜 선거캠프에 검은돈이 흘러갔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불법 대선 자금 의혹까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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