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정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임대소득에 대해 국세청이 범정부 차원의 '시범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아파트 60채로 엄청난 임대소득을 올리면서 세금은 한 푼도 안내온 다주택 임대소득자 등 고가.다주택 임대소득자 1500명을 '엄선'해 세무검증에 나섰다고 17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왜 이제서야 국세청이 고가.다주택 임대소득 세무검증에 나서는지 의아해 한다. 국세청은 "이제서야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내년부터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전면 과세되기 때문에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구축해왔고, 이 자료를 기초로 국세청이 임대소득을 추정할 수 있는 관련 자료까지 취합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법원으로부터 전세권·임차권 등기자료도 수집해 사각지대를 없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70% 임대주택, 임대료 정보 자체 없어
세무조사 대상이 된 임대업자 중 '아파트 60채 미등록 임대업자'의 사례는 단연 주목을 받았다. 이 임대업자는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에 의지가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친인척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수십채의 아파트들을 사들이고 임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일부를 팔아 매매차익도 챙겼다. 그는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하지도 않은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비용으로 처리해 양도소득세도 줄이는 꼼꼼함도 보였다. 국세청은 이 임대업자이 신고를 누락한 임대소득 약 7억 원에 대해 수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서울 이태원에 고급 빌라 17채를 소유한 임대 사업자도 7억 원에 달하는 임대 수익을 누락했다 적발됐다.
법인 돈을 빼돌려 서울 강남에 주택 6채를 사들인 뒤 월세를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받다가 6억 원의 탈루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검증에서 탈루한 임대소득이 확정되면 당초 납부해야 할 세액에 20~30%의 가산세를 추가하여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대주택은 692만 채다. 임대료 정보가 수집된 주택은 187만 채, 약 27%에 불과하다. 확정일자 신고와 월세세액공제 신고,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통해 파악한 주택이다.
나머지 505만 채, 73%는 임대료 정보 자체가 없었다. 임대소득자들이 탈루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행정체제였다. 국토부가 구축한 RHMS가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임대차 신고가 되지 않았던 505만채의 임대료 정보가 새롭게 잡힌 것이다. RHMS의 건축물 에너지정보를 활용해 공실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임대소득에 대해 본격적으로 과세가 되면 결국 약자인 임차인에게 임대료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에 뒤늦게 나선 것이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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