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부동산 대란을 잡을 마지막 기회"라며 보유세 강화 대책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이 교수는 13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국 땅값 총액이 대략 6000조~7000조 원 정도 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에 대해서 1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세율이 1만 분의 1이라는 뜻"이라며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예상보다 약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내놓은 결과 "(투기 세력은) 보유세가 약하다고 보고, 안심하고 이제는 부동산을 사야 되겠다고 해서 매수세로 대거 돌아섰고 그래서 지금 폭등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참여정부가 했던 종부세마저도 돌아보지 않고 그것보다 약하게 약하게 하는 기조였고 지난 1년간 정부가 발표한 몇 번의 부동산 대책은 일관되게 보유세를 외면했다"며 "그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부동산 대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만은 단호하게 보유세 강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며 "이번이 이걸 잡을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 다음에는 백약이 무효"라며 "계속 내성만 키우니까 이제는 상당히 강력한 게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이 믿지 않는 상황이 됐다.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지금은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고도 했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이 교수는 "서울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너무 폭등해 민심 이반 수준까지 갔다고 본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자들이 대거 지지를 철회하고 있어서 이해찬 대표가 토지공개념이란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거론되는 토지 공개념을 토지 국유화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사적 소유는 인정하되 공익을 위해서 쓰도록, 공공의 원칙에 따라서 사용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토지보유세의 강화"라며 "이것은 헨리 조지가 오래 전에 주장한 것이고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부작용이 적고 가장 시장친화적이고 토지 소유로 인한 불평등과 투기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국토보유세에 대해선 "종부세에서 한층 진화한 새로운 보유세고 더 나은 보유세"라며 "종부세는 소수의 땅부자 집부자들에게만 부과하는데, 국토보유세는 전국에 땅을 한 평이라도 가진 국민은 국토를 보유한데 대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아주 좋은 정신을 가지고 있다. 세수도 많이 걷힌다"고 긍정평가했다.
그러면서 "15조 원이 걷히는데 그걸 갖다 정부가 기본 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나눠주면 1인당 30만 원씩 돌려받는다"면서 "소득재분배도 되고 복지 강화의 수단도 되니까 1석 3조, 4조의 좋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선 "투기판에서 공급 확대를 정부가 얘기하면 불난 데 장작더미 몇 개 더 던져주는 격이 되고 불을 더 키울 뿐"이라며 "투기를 더 조장한다. 절대로 공급확대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도 괜히 그때 판교 신도시 개발하면서 오히려 더 집값을 올렸다"며 "그런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그것도 굉장히 위험한 정책"이라며 "지금 그런 걸 발표하면 투기에 더 불을 지르게 된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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