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4.11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점은 새누리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방탄 국회' 논란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두언은 부결, 박주선은 가결…왜?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재석 271석 중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새누리당 의석수인 149석보다 많은 156표가 나온 것이다. 반면 찬성 표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합한 의석수인 139석에도 미치지 못하고 기권 표가 무더기로 나온 점 역시 주목된다. 야당의 일부 의원들도 정 의원 체포 동의안에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로 가결된 점 역시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진영 논리가 작용했다면 굳이 야당 의원들이 정 의원 체포 동의안에 기권이나 반대표를, 박 의원 체포 동의안에 기권이나 찬성표를 던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국회 본회의에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두언 의원이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
정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영장 실질 심사 제도는 법원이 검찰의 무분별한 구속 관행을 막아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피의자의 주장이 일리있는 지를 살피는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 어찌되는가. 그것은 국회가 영장 실질 심사 전에 피의 사실을 인정해주는 꼴이다. 국회가 영장 실질 심사를 미리 하는 셈"이라고 정 의원 체포 동의안이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과 가까운 남경필 의원도 본회의장에서 기권을 호소했다.
정 의원은 이날 신상 발언을 통해 "검찰이 금품 수수 운운하는 부분은 터무니없는 사실이다. 관련자 진술 외에는 아무런 근거 없다. 권력을 비판하면 뭔 일 당한다는 게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고, 영장 실질 심사에도 자발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며 부결을 호소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 저에 대한 부당한 표적 수사, 물타기 수사에 당당히 맞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 황우여 대표 역시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정두언 의원의 경우 아직 구속 영장이 나오지 않았고 다만 구속 영장을 발부할지 심사를 하기 위한 체포 동의안이다"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체포 동의안 가결을 독려하는 뉘앙스로 호소하자 황 대표가 중간에 나서서 정 의원이 처한 입장을 재차 언급해준 것이다.
반면 이미 선거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 의원은 구속을 면치 못하게 됐다.
새누리 총선 공약은 물건너?…'방탄 국회' 논란 불가피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의 후폭풍은 새누리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이미 4.11총선 공약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내걸었던데다, 법리적으로 따질 여지가 있을지언정 엄연히 현행법은 법원의 '임의 출석', 즉 강제 구인을 면제하도록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탄 국회'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는 동료의원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국민 법감정과 법 앞에 만인은 평등이라는 가치를 우려해야할 시점이다 모든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며 "변화와 쇄신의 길을 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국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협조를 부탁한다"고 체포 동의안 가결에 협조할 것을 부탁한 것 역시 이같은 '후폭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이날 민간인 불법 사찰 은페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등, 각종 부패 의혹에 연루돼 자격 시비를 빚고 있는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정부를 대변해 두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작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권 장관이 국회의원의 체포를 요구하는 장면은 정말 씁쓸하더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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