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연 120%의 이자 2050만 원을 받았다.", "경마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3만원에서 30만 원 범위로 돈을 빌려주고, 1달 뒤 휴대폰 요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 방법으로 연 514%~900%의 이자를 받았다.", "사채를 알선하여 피해자들에게 도박자금을 제공하고 사기도박 1200만 원을 편취한 후, 폭행ㆍ협박 등의 방법으로 불법채권추심을 하여 이에 못이긴 피해자가 자살에 이르게 하였다."
7월 2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불법사금융 특별단속 중간수사결과 중 일부이다. 불법고리대와 불법채권추심은 왜 이렇게 근절되지 않을까? 인권옹호의 관점에서 고리대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규제 강화로 서민들의 돈줄이 막혀서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고리대 허용이 채권자를 보호함으로써 결국은 채무자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돕는 좋은 기능을 하는가? 그렇다면 아동노동이나 성매매는 왜 금지하고 있나? 노예제는 어떤가? 고리대에 관한 규제는 자금융통의 편의라는 기능적 관점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이다. 고리대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은 연 30%를 최고금리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은 대부업법에 의하여 연 3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이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도록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연 30%를 넘는 고금리가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금공급이 될 수 있겠는가? 은행 예금 이자가 연 3~4% 정도에 불과한데, 서민들이 대부업체의 돈을 빌려서 연 39%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우리나라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은 인권의 문제를 자금공급의 문제와 혼동하고 있다. 이자제한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고리대도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니 고리대를 너무 규제하면 채권자들이 자금공급을 꺼리게 되어서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매우 기이한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채권자들이 불법고리대를 추구하더라도 합법적인 금리 범위 내에서는 철저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채권자들이 불법채권추심을 하더라도 채권 자체는 철저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자제한법으로 이자율의 상한을 제한하더라도 실제의 대부거래에서는 제한이율을 넘는 고리대가 횡행하고 있다. 현행 이자제한법의 규정으로는 제한이율을 넘는 고리대의 경우에도 제한이율 범위까지는 합법적인 이자로 인정된다. 즉, 이자율 제한을 안 지키는 대부업자의 경우, 불법고리대를 받아 낼 수 있다면 이익이 되고, 불법고리대가 문제가 되더라도 합법적인 제한금리 수준까지는 이자를 받아 낼 수 있으므로 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별로 손해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불법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불법고리대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독일의 판례는 소비대차계약에서 과도한 이자약정을 한 경우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소비대차계약은 무효이고, 급여된 원금은 불법원인급여로서 반환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대부업자가 제한이율을 초과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는 소비대차계약 자체를 무효로 한다. 미국 텍사스의 경우, 법이 규정한 정당한 액수를 초과하여 이자를 약정, 부과, 징수한 자는 총 이자액에서 법이 허용한 이자액을 뺀 액수의 3배와 2000달러(또는 원본액의 20%) 중 큰 쪽을 벌칙으로 과하며, 만약 채권자가 법이 허용한 이자 상한의 두 배를 초과하여 이자를 부과하거나 징수한 경우에는 이에 덧붙여서 부과 징수한 원본액, 이자 및 다른 모든 비용(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변호사비용 포함)을 추가적인 벌칙으로 부과한다. 플로리다의 경우 고의로 제한이율 상한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이자전부를 청구하지 못하고, 실수령된 원본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으며, 고리의 이자가 지급된 때에는 그 2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코네티컷주의 경우는 주법이 규정한 연 12%를 초과하여 이자약정을 한 때에는 원본 및 이자 모두를 청구할 수 없다.
고리대는 약탈이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신용보호법에서는 고리대의 문제를 약탈적 대출의 한 형태로 다루고 있다. 약탈적 대출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채무자의 소득으로부터 상환받을 것을 예정하지 않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강압적인 채권추심을 예정하거나 채무자의 삶의 기초를 빼앗거나 고리대로 채무자의 재산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이다.
어느 정도의 고리대가 약탈적 대출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정립된 이론은 없지만, 이자제한법제를 두고 있는 선진 각국은 대체로 연 20% 이하로 제한금리를 설정하고 있다. 이것이 연 20% 정도의 금리는 약탈에 해당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연 100%가 넘는 불법고금리가 판치고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이 합법적으로 연 39%의 고금리를 추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 서민금융 환경에서는 연 20% 정도의 제한금리가 지켜질 수만 있어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대부업법에 의한 특혜금리를 당장 폐지하고 제한이율을 연 20% 정도로 낮춰야 한다. 나아가서, 제한이율을 넘는 고리대의 경우에는 이자약정을 무효로 하여 이자를 전혀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고리대의 수준이 더 높은 경우(예컨대, 제한이율의 2배를 넘는 고리약정의 경우)에는 이러한 고리대 약정은 채무자를 약탈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자약정뿐 아니라 원본에 대한 소비대차약정도 무효로 하고 고리대를 추구하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자 뿐 아니라 원본에 대한 상환도 요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러한 민사적 방어권을 채무자에게 주면, 불법고리대를 추구하는 약탈자들은 원본을 잃게 될 법률적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약탈행위를 계속 시도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현행 법률이 불법고리대나 불법채권추심을 철저히 응징하지 않고 불법을 저질렀더라도 합법적인 범위에서는 철저히 보호해 주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회에서는 불법고리대나 불법채권추심이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다시 답할 때이다. 우리는 고리대나 채권추심을 자금공급의 문제로 다룰 것인가? 인권의 문제로 다룰 것인가?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