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삼성문화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재단 등 일부 공익법인들이 특수관계인들의 이익을 위해 설립돼 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익법인은 사회 공헌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에서 특수관계 법인의 최대 5% 지분까지, 출연에 따른 상속·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자산가 등은 이런 제도를 악용해 계열사나 자산을 특수관계인들이 지배하는 공익법인에 넘겨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세금까지 내지 않으면서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공익법인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기업 사주들, 공익법인을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공익법인들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선정됐고,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달 28일 "계열 공익법인을 악용한 대기업의 탈세혐의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5일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연말까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200여 개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실시하는 중, 지금까지 36건의 불법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김성환 국세청 법인세과장은 "최근 대기업 사주들이 공익법인 제도를 악용해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수검증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은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딴주머니 차리기'가 주목적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공개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문화재단은 계열사 3곳으로부터 기념관 건립을 명목으로 수백 억원의 출연금을 현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재단은 이 돈을 기념관 건립이 아닌 창업주의 생가 주변 땅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공익사업에 쓰라고 증여세까지 면제해 준 공익법인 출연금이 대기업 사주일가의 땅투기에 전용된 것이다. 국세청은 출연재산을 공익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데 대해 증여세 30여억 원을 추징했다.
특수관계인은 공익법인에 임직원으로 취임하는 것도 제한돼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의 한 학교법인은 최근까지 계열사 퇴직임원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 20여 억원을 지급했다.
이 법인은 특수관계인이 이사 수의 5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하고 과반수를 특수관계인으로 채운 상태에서 또 특수관계인을 이사로 추가 선임한 것이다. 국세청은 지급된 경비 전액을 증여세로 추징했다.
계열사 주식을 5% 넘게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은 물론, 총자산의 50%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깡그리 무시한 대기업 문화재단도 적발돼 증여세 150여억 원을 추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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