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노동제 도입 두 달여가 지난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이 노동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 국민 64.2%가 이번 정책 도입을 '잘된 일'로 평가했다.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28.5%였다.
국민 10명 중 6명 '노동시간 단축 긍정적'
주 52시간 노동제를 긍정적으로 본 이는 상대적으로 △20대(72.6%)와 30대(72.4%) △사무·관리·전문직(71.6%) △5~49인 규모 사업장(70.9%)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사업장(71.3%) △진보(79.2%) 계층에서 많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부정적 인식을 보인 이의 비율은 △60세 이상(49.7%) △농·임·어업(27.3%)과 자영업(43.8%) △5인 미만 사업장(56.3%) △외벌이 가계(58.4%) 보수(46.1%)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동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그 같은 관점을 가진 이유로 '일-생활 간 균형으로 개인생활·여가활동의 여유가 생긴 점'(33.6%)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15.4%)는 점, '그간 노동시간이 과도했다'(13.8%)는 점을 주로 꼽았다.
노동시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본 이들 중 상당수는 소득이 감소한다(30.3%)는 우려를 표했다.
노동시간 단축 영향을 받는 이들의 64.0%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늘어난 개인 시간을 '가정생활'에 투자했다. 다음으로 '건강·휴식'(58.1%), '취미·여가·여행'(43.3%), '자기계발'(15.5%) 등에 주로 투자했다. 8.4%는 추가 경제활동, 즉 '투잡'에 투자해 개인소득을 늘리려 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얻은 시간을 가정생활에 투자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남성(67.5%) △40대(74.8%) △정규직(64.6%) △맞벌이(80.9%) 계층에서 많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33.9%로,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자(57.2%)보다 적었다.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자 비율은 8.9%였다.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이의 51.0%는 그 같은 이유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는 '개인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36.2%)라는 응답자가 많았다.
응답자의 40.4%는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26.3%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26.6%였다.
주 52시간 노동제 정착은 '아직'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되는 곳의 비율은 과반을 조금 넘겼다.
임금노동자와 고용주에게만 '직장에서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되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57.4%였으며, 시행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42.6%였다.
노동시간 단축의 정착 여부에 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1.4%는 '노동시간 단축이 잘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 시행된다'는 응답자 비율은 28.1%였다.
예외적 조항인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경우, 최대 운용 기간을 '현행 3개월로 하는 게 적당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29.4%였고, '6개월로 늘리는 게 좋다'는 응답자 비율은 27.3%였다. '1년으로 늘리는 게 좋다'는 응답자는 20.7%였다.
연장 노동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을 현행 5개 업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57.0%로 과반을 넘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을 위해 5개 특례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7.8%로, 늘리자는 응답자 비율의 절반 수준이었다.
주 52시간 노동제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52.3%는 '탄력 근무제, 자유 근로제 등 다양한 노동형태 도입'을 꼽았다. 다음으로 '일터의 노동 생산성, 효율성 향상'(47.8%), '근로기준법 준수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 강화'(35.7%),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35.6%),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26.6%) 순이었다.
현재 경제활동 참여자를 대상으로 '일주일 간 평균 노동시간'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29.6%는 '45시간~52시간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28.2%가 '40시간~45시간 미만', 25.2%는 '52시간 이상', 17.0%는 '1시간~40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응답자의 일주일 노동시간 평균은 43.3시간이었다.
주당 노동시간은 △생산·기능·노무직(48.0시간) △50인~299인 사업장(45.6시간) △노동시간 단축 시행하지 않음(49.0시간)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길었다.
노동시간 못 줄이는 주된 이유는 '저임금'
여론조사 응답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과 개인·가정생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9%는 '둘 다 비슷하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개인·가정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33.9%로,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자(5.1%)의 6배가량이었다.
우리 사회의 현재 노동시간 수준은 '많은 편'이라는 응답자가 56.9%로 과반을 넘었고, '적정한 수준'(35.6%), '적은 편'(7.5%)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동시간이 많은 편이라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20대(72.2%) △정규직(56.9%) △미취업자(63.9%) △노동시간 단축 시행하지 않음(60.4%) △진보(65.0%) 계층에서 많았다.
노동시간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응답자는 △50대(42.9%)와 60세 이상(43.5%) △비정규직(42.8%) △5인~49인 규모 사업장(42.5%) △노동시간 단축 시행함(44.2%) △보수(40.3%) 계층에서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주된 이유로 응답자의 43.4%는 '적정한 소득을 위해 초과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불필요한 대기시간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업무 진행'(23.8%), '개인 생활이나 가정에 더 비중을 두는 것에 대한 회사 내 편견, 차별적 관행'(19.1%), '회식, 업무 외적 모임 등 관행'(8.3%), '일 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름'(3.6%) 등의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달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서 표집오차는 ±2.5%포인트다.
문체부는 올해 안에 관련 조사를 두 차례 추가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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