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승부였다. 4.11 총선 전까지 지난 4년 간 정치판을 떠나있었던 김한길 의원이 9일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친노 좌장 이해찬 전 총리에 합계 0.5%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전날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의원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를 200여 표 따돌렸던 그는 이날 수도권 대의원 투표, 정책대의원투표에서 모두 이 후보를 꺽었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3700여 표 차이로 뒤졌다. 친노 강세인 온라인 표심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강한 비주류로 자리매김할 만한 밑천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밑천없이 출발해 '전략'으로 승부
호남 좌장인 박지원 후보와 연대, 친노라는 기반을 가지고 대세론을 형성하며 시작한 이해찬 대표와 달리 김 최고위원은 사실 특별한 준비 없이 경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경선 초반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담합'으로 규정하며 경선의 방향을 확 틀어버렸다.
이해찬 대표에게 맹공을 날리면서 '대항마'로 각인된 김 최고위원은 김두관, 손학규, 정동영 등 문재인 상임고문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대선후보군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문재인 고문의 지역구인 부산과 이해찬 대표의 지역기반인 대전충남을 제외한 전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오히려 '역대세론' 형성에 성공한 것.
하지만 통합진보당 사태에 이어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동이 터지고 새누리당이 색깔공세를 펼치면서 이해찬 최고위원이 "신매카시즘에 맞서겠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나다"며 강성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다시 흐름이 이해찬 대표에게 넘어갔다는 평가다.
▲ 이해찬 대표에 석패한 김한길 최고위원 ⓒ뉴시스 |
'안티 이해찬'의 한계
김한길 최고위원을 물밑에서 도운 이강철 고문은 "전국 당협위원장은 이해찬 쪽이 김한길 쪽보다 압도적이다. 그런데 대의원들 결과가 이미 쭉 나오지 않았나. 그 대의원들의 당심이 결국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면서 "김한길이 좋다는게 아니라 이해찬이 워낙…"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이 결국 김 최고위원의 한계였다. '안티 이해찬'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컨셉과 노선이 불명확했다는 것.
김 최고위원은 경선 막바지 '민생진보노선'을 천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저들의 녹슨 칼에 민생의 빵을 휘두르며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의원들의 호응은 괜찮은 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향후 김두관, 손학규 등 문재인 고문을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군들을 대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추미애, 이종걸 등 다른 최고위원들과 합종연횡하면서 이 대표를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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