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원, 삼성전기 백혈병 산재 첫 인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원, 삼성전기 백혈병 산재 첫 인정

산재 인정, 반도체 넘어 전자산업 전체로 확대

텔레비전 부품을 만들다 백혈병에 걸린 전직 삼성전기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삼성전기에서 발생한 첫 백혈병 산업재해 인정 사례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백혈병 피해자 김 모 씨가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직접 취소한다는 판결을 지난 16일 내렸다.

전자산업 분야 산업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사업 부문에서 주로 인정됐으나, 이번 판결로 범위가 확대됐다. 김 씨가 일했던 삼성전기는 PCB(인쇄회로기판) 및 텔레비전 전자 부품 등을 조립 생산하는 회사다.

김 씨가 일했던 사업장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따라서 김 씨의 위험 물질 노출 수준을 놓고 검증 공방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다른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노출 수준이 낮다고 판단했고, 산업재해 요양 승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결정이 잘못이라고 봤다. 이는 다른 산업재해 사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전인 1993년 1월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다. 이후 3년 4개월 동안 삼성전기 수원공장 FBT(Fly Back Transformer, 텔레비전 등에 사용되는 고압 변압기) 생산부 조립공정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 검사, 납 도금, 납 제거, 납땜 등을 담당했다. 당시 김 씨를 포함한 현장 노동자들은 유해 물질에 그대로 노출됐다.

김 씨는 퇴직 이후인 지난 2001년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지혈이 되지 않아서 다시 병원을 찾았고, 같은 해 10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4년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016년 10월 불승인 결정을 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김 씨가 일했던 사업장이 폐쇄됐다는 이유로 다른 사업장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인용한 결정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6월, 김 씨는 불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은 지난 16일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가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노출 기준 이하이지만 여러 유해인자가 있는 경우 복합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는 김 씨의 사업장과는 다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이를 통해 당시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는 어렵고, △유해한 중금속인 납에 노출되었는데 이에 의해 백혈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으며, △별다른 이상이 없었음에도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백혈병이 발병하였고, △유사한 환경인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유달리 높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인정한 사례와 논리구조가 닮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11년 활동 성과가 반영된 셈이다.

반올림은 23일 논평에서 "삼성전기에서 백혈병 첫 산재 인정 사례가 나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에는 삼성전자 관련 제보가 주로 들어왔지만, 삼성전기 백혈병 피해 제보도 12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9건은 사망 사례다.

반올림은 "(이번 판결로) 작업환경의 유해성 문제가 반도체나 LCD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전자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반올림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작업환경 유해 요인이 반도체, LCD에서 밝혀진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납땜 과정에서 납 흄에의 노출, 부품 검사 과정에서 전리방사선에 노출, 벤젠 등 유기용제를 통한 유해화학물질에의 노출은 과거 반올림 사건들을 통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들"이라고 밝혔다. "유해물질 취급 제한, 환기시설 마련,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기업의 조치가 부족한 것도 비슷했다"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납 흄이란, 고체 상태의 납이 높은 온도에서 기체가 됐다가 다시 응축돼서 입자로 된 것이다. 납 흄은 입자가 아주 작아서 호흡기로 쉽게 흡수될 수 있고, 혈액 속으로 녹아들어 인체에 고루 퍼질 수 있다.

반올림은 "이 판결을 시작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전자산업에서의 직업병 문제들이 더 밝혀지고 가시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