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은 범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나뉘어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놨다. 보수진영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규정한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소득주도성장·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후 박경미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통계청 발표를 인용하며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소득 최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13만4900원으로 전년대비 10.3%나 증가했으나, 소득 최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32만5000원으로 오히려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며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는 '낙수효과'는 진작에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 등 이제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분수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이야말로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더불어 잘사는 국가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의 입장도 이와 유사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고소득층 20%는 소득이 증가했고, 하위 40%의 소득은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굳은 실천 의지"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최저임금 연동 임금상한제 도입, 대기업-하청협력업체 간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들었다.
정의당은 "너도 나도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고소득층 20%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는 현실을 보며 느낄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물컵 투척' 갑질 논란으로 4월 한진그룹에서 손을 뗀 조현진 대한항공 전무는 퇴직금 13억을 포함한 총 17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 기업 경영상 위기를 초래한 재벌 총수와 최고 경영진에게 특별 보너스가 지급되는 이 현실(을 보면)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이 주장한 ‘살찐 고양이법’을 도입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자당 정책을 홍보했다.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탁상공론을 접고, 최대로 벌어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양극화 해소 예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사실 소득주도성장은 양극화 해소를 통한 내수 주도 성장으로 펼쳐갔어야 한다"며 "남은 내수 활성화 정책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우리 경제의 총소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분배지수 악화가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국당은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 마디로 '고용참사'에 이은 '분배참사'"라며 "일자리 증가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만 유발하는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파탄에 절규하고 계신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층은 더 버는데 빈곤층의 지갑은 크게 얇아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며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용기를 내어,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경제정책으로 대전환하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직을 걸고' 소득주도성장 걷어치우라"며 "분배정책을 위주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직을 걸고, 적극적인 시장부양책을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폐기와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누가 봐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성장이 아닌 분배에 있다. 전형적인 분배정책"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출범부터 소득주도'성장'이라 이름붙이고 혁신'성장'까지 더했다. 적극적인 분배정책을 하면서 '성장'의 이름을 단 것부터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 유발책에 대한 고민이 보이질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기다려봐야 한다'는 정부의 반복된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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