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부모 가정은 저소득 가정(월소득 148만원 미만)일 경우, 아동이 만 14세까지 월 13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만 24세 미만의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아이가 만 5세 이하일 경우 자녀 1인당 월 5만 원의 추가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면 입양가족에는 입양수수료 270만 원을 지원해주고, 매달 15만 원의 양육수당과 20만 원의 심리치료비, 의료비도 전액 지원해준다. 또 위탁 가정에 보낼 경우, 월 67만 원을 지원해주며, 보육원에 보내면 아이 1명당 월 16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이처럼 한부모에게 사실상 '양육 포기'를 권장하는 정책의 문제는 숱하게 지적되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2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할 책임"이라면서 "비혼모의 양육 지원 정책 뿐만이 아니라 사회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정책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양육 미혼모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22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실제 엄마들이 느끼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지원정책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는 하고 있지만, 실제 그 정책을 제대로 운용할만한 예산과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가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이하 거점기관)이다. 거점기관은 미혼모·부가 자녀를 양육하고자 할 경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거점기관에서는 임신초기부터 온-오프라인 상담 및 종합적인 정보 제공, 응급상황 시 병원비, 생필품 지원, 자조 모임 운영, 자립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지원 대상은 혼인 기록이 없고 사실혼 관계가 아닌 미혼모·부로, 이들 중 만 3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72% 이하인 가구는 1년에 70만 원의 출산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거점기관은 2010년에 미혼모·부자가 거주 지역에서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겼다"며 "실제 미혼모·부자 가정에 매우 필요한 기관이지만 기관 자체의 숫자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점기관은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1곳씩 있으며, 서울시만 2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전국에 미혼모의 자녀는 2만8234명, 미혼부의 자녀는 1만831명이다. 이들 중 경기도에 8731명, 서울에 6395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미혼모·부의 자녀 수에 비해 기관 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미혼모·부자 가정이 있는데, 거점기관은 안산시 한 군데에만 있다.
또 거점기관의 한 해 예산은 기관당 5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심지어 기관 운영을 담당하는 1명의 직원 임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기관별로 1년에 최대 3000만 원 가량, 즉 50가구 정도 출산양육비 지원을 하면 1년 예산이 동이 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예산이 부족해 36개월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을 지원한다고 해놓고 24개월 이하 가정만 지원하거나, 한해 70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 40만 원으로 지원금을 깎아서 지원할 수 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6-7월이 지나면 이미 예산이 바닥이 나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거점기관의 담당자들의 경우 인건비가 작고, 업무가 많다 보니까 1년 정도 일하다가 이직하는 등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임금 수준이 낮으니까 20대 중후반의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주로 담당자로 오게 되는데 주 업무가 임신, 출산, 양육 등과 관련된 상담인데 경험 부족 등으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렵다"며 "특히 엄마들과 라포(정서적 유대감) 형성이 매우 중요한데 엄마들 얼굴도 익히기 전에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있는 거점기관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미혼모·부자 가정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도록 자조 모임을 운영하는 것인데, 이처럼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1회 모임 비용 예산이 10-2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강사를 부를 수도 없고 엄마들끼리 식사는커녕 다과비 하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이처럼 거점기관이 맡고 있는 미혼모·부자 가정 대상 정책은 다양하지만, 실제 소수의 가정에 출산양육비 지원을 하고 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해당 지역의 미혼모자 가정 인구수에 비례해 기관 숫자와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경기도에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나마 지역의 엄마들을 만나보면 거점기관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엄마들이 다수였다"며 "중앙 정부가 미혼모·부자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데, 거점기관처럼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홍보하는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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