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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언어는 '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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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언어는 '표준'이다"

[인터뷰] '표준고위과정' 총괄책임자 송용찬 교수

"이대로라면 정재승의 스마트 시티는 실패할 것이다."

지난 17일 송용찬 중앙대학교 교수가 <프레시안> 인터뷰 도중 작심한듯 내놓은 '애정어린 경고'다. '정재승의 스마트 시티'는 '연예인급 스타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8대 선도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시티 건설사업의 마스터플래너(MP. 총괄계획을 맡은 책임자)가 되어달라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세종시(세종 5-1 생활권)에 구축하겠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한 국가시범도시다.

첫삽을 뜨지도 않은 국가적 사업에 재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송 교수는 왜 이런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것일까? 송 교수는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으로 중앙대에 처음으로 개설된 '표준고위과정' 총괄책임자다. 이 과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중앙대가 힘을 합쳐 고품격 표준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며 신설된 국비지원사업이다.


▲"표준은 21세기 언어"라고 강조하는 송용찬 중앙대 교수. 그는 산업자원부가 중앙대에 개설한 '표준고위과정' 총괄책임자다.ⓒ중앙대

"초연결사회 스마트시티, 표준도 없이 어떻게 건설하나"


송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모든 것이 원격통신망으로 이어진 초연결사회"라면서 "표준이 확립되지 않고 어떻게 연결을 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에 자율주행차가 달리려면 정밀한 도로지도가 있어야 하고, 순식간에 도로지형에 따른 상황변화를 자동차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로지형 신호를 자동차가 인식하려면 지도와 자동차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표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송 교수는 "현실은 표준이 왜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지 인식도 부족하다"면서 "이런 수준에서 스마트시티를 누가 책임지고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미 2003년 최초의 스마트시티라고 할 수 있는 u시티 사업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시티의 u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머릿글자로 u시티는 "언제 어디서나 시민들이 편하게 행정.교통.복지.환경.방재 등의 도시정보를 제공받고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도시"를 말한다.

송교수는 "u시티 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표준이 정립되지 못한 현실의 수준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재승의 스마트시티'와 함께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부산 스마트시티의 MP가 돌연 사임을 한 것이다.

스마트시티의 MP는 스마트시티의 목표와 비전을 구상하고, 기본 구도까지 현실화하는 작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사업 전문가'로 영국에서 어렵사리 초빙한 인재라더니, 그 인재가 3개월만에 "못하겠다"고 나간 것이다. 늘 그렇듯 "일신상의 사유의 사퇴"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못해먹겠다고 진저리를 치고 나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가 절망한 한국의 현실은 복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표준 작업 수준도 스마트시티 MP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송 교수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정재승 교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정 교수가 MP로서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지원을 요청하자, 관련 부처에서 오히려 놀라면서 "마스터플랜을 직접 만들려고 하느냐. 우리가 용역회사를 통해 만들겠다"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는 일화가 회자되고 있다.

MP 자체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은 책임자를 뜻하는데, 예산 지원도 없이 지원부처의 인식부터 바꾸기 위해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마스터플랜은 MP가 만든다"는 등 규정을 만드느라 진땀을 뺐다는 것이다. 소문이 아니라 정 교수가 직접 토로한 얘기다.

21세기 국가 첨단사업에 최고의 전문가를 총괄책임자로 영입해 놓고는 예산 지원은커녕 정규 보수를 한푼도 책정하지 않은 채 스마트시티 사업을 발표한 것이다.

부산 엘코델타시티의 후임 MP는 AP(Assistance Planner)를 승진시키는 형식으로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이렇게 푸대접하고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수준의 사업기반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의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 교수는 "최근 중국의 스마트시티 사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가보니,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해 표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서 인상 깊었다"면서 중국 스마트시티 사업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21세기의 언어는 '표준'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 말을 풀어서 설명했다. 못을 이용하지 않고 목재로 선박을 건조할 때, 목재를 결합하기 위해 각 부분의 표준을 미리 정해야 하는 것처럼, 21세기가 국제적으로도 초연결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가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언어의 역할이며, 서로 다른 것을 소통시키는 언어가 바로 '표준'이라는 것이다. 즉, 스마트사회를 표방한다면, 그 사회의 실질적인 언어는 '표준'이라는 것이다.

산업부가 '표준고위과정' 지원 나선 이유


스마트시티 사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수출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아시아지역 스마트시티 중 50% 이상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2020년까지 전국 500여 개 도시에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 위안(약 163조 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기술표준원을 통해 '표준고위과정' 지원에 나선 것도 스마트시티가 국가사업으로 표준전문가 양성과 각 분야의 표준전문가들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산업부는 표준고위과정에 대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표준화를 통한 혁신성장 및 표준정책 인적 생태계 구성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정과제로 5년간 글로벌 기술표준 전문인력 300명 양성을 추진할 계획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연결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표준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표준 선점 및 전략적 활용을 위한 표준전문가 양성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표준 전략기획, 기업경영층 등 산·학·연 표준경영 인력을 대상으로 중앙대에 표준고위과정이 개설 및 운영된다. 9월 7일부터 16주간 중앙대에서 처음 운영될 이 프로그램은 표준관련 기업, 시험·인증기관, 국제표준전문가 등 50여명을 대상으로 1기 과정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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