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7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과 고등학교교육 혁신 방향을 두고 진보·보수성향 교육단체가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대입개편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진보·보수 양측에서 사퇴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날 김 부총리는 학생과 학부모, 교육현장 관계자들이 혼란을 겪은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공론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고 이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와 고교내신 성취평가(절대평가)제는 차기 정부 때인 2025년에 전면시행할 방침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 6곳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입개편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는 수능·대입제도를 마련하고 학점제로 고교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이 파기됐다"면서 김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별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정부가 정권의 인기를 유지하려고 이해집단 요구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 대통령 공약이 전혀 담기지 않은 대입개편안이 나왔다"면서 "교육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사걱세 등은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32개 교육단체가 참여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교육부 대입개편안은 불충분·불완전한 공론화 결과에만 의존해 시·도 교육감과 대다수 교육단체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2015개정교육과정 취지도 살리지 못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시·도 교육감들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로 성명서를 내 수능전형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수능 역할 축소를 촉구했다. 교육감들은 대입개편안 발표를 미루고 현장교사와 전문가 참여로 입시개선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온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대입개편 공론화에서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교육부 대입개편안은 국민의 뜻을 짓밟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모임은 "대입개편안을 취소해야 한다"면서 "김 부총리는 공론화 결과를 무시한 독단적 결정으로 분열과 혼란을 일으킨 점과 공론화에 세금과 시간을 낭비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입제도가 급격히 바뀌면 혼란과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해 교육부가 현실을 고려한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고 평가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 없이 대입을 준비하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교육부가 책임을 저버리고 대입제도 결정을 시민에게 떠넘겼다는 점과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유념해야 한다"면서 "대입개편안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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