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부터 2013년도까지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중국 친구들로부터 "한국에서는 출산을 하면 돈을 주는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한다며? 참 신기한 정책이야"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당시 중국은 법적으로 2자녀를 제한하는 1자녀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렇게 말하던 친구들은 머지 않아 중국에서 출산장려를 위한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1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자녀를 합법적으로 허용하였다. 이는 출산 장려 정책이라기 보다는 2자녀 허용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된 지 약 2년 반이 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전년대비 63만 명이 감소한 1723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2018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약 15~20%가 감소한 상황이다.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예상 및 기대와 달리 오히려 감소하면서 요 근래 출산율 저하가 중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몇몇 지방정부에서 출산휴가 연장, 주택보장, 돌봄 서비스, 탄력근무제 시행, 보육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출산율 감소 이유
중국의 출산율이 감소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혼인율은 감소하면서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1987년도부터 1992년도까지 8% 이상을 기록하던 혼인율이 2000년도부터 2005년도까지 6%대로 감소하다 2006년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13년 약 10%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2014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이혼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87년 58만 1000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였으나 2017년에는 이보다 6.53배 증가한 437만 4000쌍의 부부가 이혼했다. 특히 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 혼인율보다 이혼율이 높아 역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높은 양육비 부담도 출산율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중국의 교육열 및 사교육 시장은 한국 못지않다. 중국이 고속성장을 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주축이 되었던 80허우(80后,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외동 자녀)들이 경쟁이 치열한 중국 사회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자녀들이 이러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언론사가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도에 출생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현재가치로 최소 65만 7000위안(약 1억 770만 원)의 양육비용이 들 것이라고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한 2017년 근로자의 월 평균급여가 약 5000위안임을 고려한다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 필요
그렇다면 중국보다 일찍이 문제를 인식하고 출산장려정책을 썼던 우리나라는 정책의 효과를 보고 있는가? 모두가 '아니다'라고 여길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한 지 십 수 년이지만 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일까?
문제의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정책들이 정책 수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요즘 한창 불거지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에 들어가면 어린이집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객관적인 평가인증지표를 기준으로 공정한 평가를 받은 어린이집은 자랑스러운 평가인증 메달이 달려있어 어린이집 선택 시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높은 점수로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부모들이 정부의 평가인증을 믿기가 어렵다. 정부 정책이 이처럼 신뢰를 잃으면 아이를 낳기는 더 어려워진다.
물론 보조금 지급은 단기간에 정부가 실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매월 지급되는 보조금보다 아이 양육을 위한 체계적인 제도나 시스템을 더 원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는 중국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출산휴가 연장, 돌봄 서비스, 탄력근무제 시행, 보육비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선은 출산율이 저하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만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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