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구속심사가 17일 오전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30분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주장하는 그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하고 있다.
심문 20분 전 법원 청사에 도착한 김 지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든 의혹에 대해서 성실히 협조하고 조사에 임해왔다.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그래왔듯 법정에서 변함없이 충실히 설명하고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킹크랩 시연회'를 보지 못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며 포토라인을 벗어났다.
김 지사가 구속 갈림길에 선 것은 드루킹의 범행에 그가 연루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약 넉 달 만이자 특검이 정식 수사를 시작한 지 52일 만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했다고 본다.
이후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 개발이 완료된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 지사의 지시·묵인에 따라 네이버 기사 7만5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 개를 대상으로 호감·비호감 버튼을 약 8000만 번 부정 클릭하고 결과를 보고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김 지사와 같은 선출직 공무원이 국민 여론을 조작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범죄이며, 특히 댓글조작 시기에 대선이 포함된 점에서 혐의가 중대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지사가 특검이 수집한 물증 앞에서도 킹크랩 시연회 참관 사실을 부인하는 점, 일부 말 바꾸기 의혹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방침이다.
반면에 김 지사는 드루킹이 댓글조작을 하는지 알지 못했으며,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과 같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시연을 본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특검이 드루킹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한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김 지사 측은 법정에서 그가 현직 도지사로서 도정을 살필 의무가 있는 점, 특검 소환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하는 등 도주 우려가 현저히 적은 점 등을 강조하며 구속의 필요성이 적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날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김 지사의 정치생명과 특검의 성패가 모두 달린 만큼 양측은 법정에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을 벌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드루킹 사건 연루라는 악재를 딛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김 지사는 영장이 발부될 경우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 인사 중 첫 구속자라는 불명예는 물론, 대선 국면 댓글조작이라는 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영장 발부의 파장은 김 지사를 넘어 현 정부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 역시 있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사건의 '본류'인 김 지사의 공모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전망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과 맞물려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에도 부닥칠 수 있다.
오는 25일 1차 수사 기간 60일이 종료된 이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명분도 옅어지게 된다. 그런 만큼 특검 측은 이날 최득신 특별검사보가 영장심사에 직접 출석해 구속 필요성 소명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18일 새벽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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