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들어간 공적자금 즉, 국민들의 돈이 물경 22조원이나 되는데, 아직도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손해를 봤던가.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 어렵게 한푼 두푼 모은 돈 수천만원을 날린 영세상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부 힘 있는 사람들과 특별관리 대상인 부자고객들은 귀신같이 영업정지 되기 전날 예금을 다 찾아가 단돈 일원도 손해를 안봤다고 하니 노후자금을 다 날린 서민들만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지만 하여튼 이제까지 들어간 돈 22조원만 해도 정말 엄청난 돈이다. 이 돈이면 이 나라의 어려운 대학생들과 서민들을 얼마나 많이 도와줄 수 있는가. 그런데, 금융기관 부실이 생길 때마다 선량한 국민들이 오히려 그 부담을 지고 있으니, 또 서민·중산층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니 황당하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은 도대체 언제나 끝나려나.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언제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이 끝난다고 다음번에 이런 일이 다시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나 있는가. 필자는 비관적으로 본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아니면 적어도 예견했었어야 했던 일이었다. 사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되었었던 일이었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질 때까지 정부만 몰랐었다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싶었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필자가 여기서 금융감독당국이라 하지 않고 굳이 '정부'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 일이 금융감독당국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책임, 즉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의 책임이라 함은 단순히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관리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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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실저축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을 안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 이유를 금융감독의 정치화, 금융감독의 출세도구화, 금융감독의 사리추구 수단화(업계유착) 세가지라고 본다.
첫째, 금융감독이 정치화했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금융감독이 왜곡되었었다는 것을 말한다. 먼저 이명박 정권 초기에 노무현 정부 뒤집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정치적 이유로 금융감독 조직을 왜곡되게 졸속 개편했었던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책과 검사·감독을 뒤섞어 혼재시켜 놓으니 금융감독이 독립적·중립적으로 되지도 않고 제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도 없는 조직체계를 만들어 버렸다. 그후 문제점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상당부분 원상태로 되돌아 간 것만 보아도 초기의 조직개편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왜곡된 실패작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정권 전반부에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4대강 사업, 건설경기 부양 등을 추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PF대출 등 건설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확대되었는데, 이같이 정권차원에서 추진된 PF대출 지원대책을 거스르면서 금융감독당국이 PF대출에 대해 감독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둘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금융감독기구의 고위직급 직원들의 임면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잣대로 결정되었던 이명박 정부에서 이들 고위직급 감독책임자들이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의 눈치만 보고 있었을 텐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이들에게는 금융감독이 단지 자신들의 출세의 수단일 뿐이었을 것이다. 금융권에, 특히 부실저축은행 주변에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그림자가 많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을 보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셋째, 금융감독 직원과 업계의 유착이 심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여기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대폭적인 금융감독 조직개혁 및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실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반드시 재발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정권 차원에서 금융감독을 정치적으로 왜곡한다거나 정권 실세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금융감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이런 조직개혁과 인적 쇄신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부실저축은행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저축은행업계에 남아있는 부실을 다 찾아내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가급적 빨리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남은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 저하로 영업이 위축되고 업계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추가적으로 부실화되는 저축은행이 또 생겨날 수 있다.
둘째, 공적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입, 회수 전과정이 책임있게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부실과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관련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우선 부실과 비리의 1차적 책임은 대주주 및 저축은행 내부자에게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민·현사상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실감독, 감독비리, 감독·정치실세 유착 방지를 위해 이에 대한 수사와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
넷째, 감독조직 개선과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금융감독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정권 최고위층 및 그 주변의 실세들이 자의적으로 금융감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호벽도 강구해야 한다.
다섯째,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중소·서민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도 아울러 실시해야 한다. 지금 국내에 영업중인 지역 서민금융기관은 신협, 새마을금고, 단위 농수협 등 약 4000개 가까이 되고 또 전국에 퍼져 있는 은행 지점이 약 7500개 가량, 그리고 금융업무를 하는 우체국 지점이 전국에 수백개가 있다. 따라서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저축은행이 경쟁해야 하는 금융기관 점포가 대부업체를 빼더라도 줄잡아 1만2000개 가량 된다. 여기에 인터넷 금융이 활성화되어 전국 어디서나 안방에서 대충 일상적인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니 저축은행은 경쟁상대가 전국에 촘촘하게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지역밀착형 니치마켓도 거의 없기 때문에 지역에 기반을 서민금융에 특화한다는 것이 사실 그렇게 쉽지 않다. 사실 저축은행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확실치 않다. 저축은행들이 PF대출에 몰린 이유도 영업이 쉽지 않은 환경에 기인한 것이다. 저축은행이 원래 취지대로 PF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을 줄이고 조속히 서민금융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과잉 난립되어 있는 중소·서민금융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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