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기갑 비대위'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전야의 '심상정 비대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비대위 출범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당권파 측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사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강기갑 비대위, 당권파 참여 기대하면서 '혁신'가능할까?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석고대죄를 위해 만 배 사죄한다고 해도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풀 길이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께 용서를 청하는 큰 절을 올리겠다"며 정론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수습, 봉합 대책위가 아닌 '혁신' 비대위"라며 "쇄신의 무거운 과제가 주어진 만큼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국민 앞에 진보정치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 비대위원장은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을 당선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도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좋지 않은 결과를 예단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그는 '당권파의 참여 거부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단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 비대위원장으로 첫 기자회견을 갖기 전에 사죄의 절을 하고 있는 강 위원장. ⓒ연합 |
참여계, 진보신당 탈당파, 울산-인천 연합 등 경기동부 연합을 제외한 통합진보당 내 모든 계파가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강기갑 비대위'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권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강기갑 비대위가 거론되던 지난 11일 <프레시안>기자와 통화에서 "그건 만류했다, 그러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 말씀드렸다"고 비토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당권파는 당 홈페이지를 통해 강 비대위원장의 당비 미납 내역을 공개하는 등 우회적 공세를 펼쳤었다.
하지만 당권파 측은 당장 강기갑 비대위원장 자체를 부정하진 않고 있다. 이상규 당선자의 경우 <프레시안> 및 다른 언론과 통화에서 "비대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부터 논의해야 한다. 풀기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강기갑 비대위가 얼마나 '합의 정신'으로 돌아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공을 강기갑 비대위에 넘기며 '지켜보겠다'는 이야기다.
이 당선자는 비례대표 사퇴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5월 말을 넘기면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의 신분은 '의원'으로 바뀐다. 당권파 측으로선 '지구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석기, 김재연 신분 판가름하는 향후 일주일이 관건
일단 심상정, 조준호, 유시민 전 대표 쪽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고 우리는 말문을 닫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비대위는 관리형 혹은 봉합형이 아니라 '혁신' 비대위"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권파 쪽의 시간끌기 전략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면서 "금주 중으로 비대위원 등 당직 인선을 완료하고 비대위가 사무총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3, 4일이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권파 쪽 장원섭 전 사무총장은 사퇴했지만 총무실 등 사무국의 핵심요직은 당권파의 통제 하에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권파 쪽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처방안에 대해선 직답을 피했다. 당권파 쪽이 '보이콧'에 나설 경우 뾰족한 수는 없다. 또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어올릴 경우 통합진보당 사태는 예상 이상의 장기화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
결국 강기갑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적어도 향후 일주일 내에 수습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는 17일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도 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당권파와 각을 세워 온 통합진보당의 대주주인 민주노총이 비대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경우 당권파는 더 큰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핵심관계자는 "비대위에 직접 참여는 쉽지 않겠지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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