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수장인 이정희 대표가 4일 오후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고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수용 불가를 천명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이날 이 대표는 "역사적 진보통합과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주역들인 당원 여러분들이 나서 당의 원칙과 정신을 지켜달라"고 말했고 당권파 당원들은 이에 대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민주노동당 분당으로 치달았던 2007년 2월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부결되자 환호성이 터졌을 때와 닮은 풍경이다.
통합진보당 비당권파의 관계자는 "표 대결로 붙어 보자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당권파가 범자주파 계열의 조준호 진상규명위원장에 대해서까지 선을 긋고 나선데 대해선 "작심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동부' 계열은 아니지만 강성 자주파로 분류되는 김승교 통합진보당 선대위원장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당 중앙선관위(이하 선관위)에서는 현장투표에서 일부 후보 측과 관련해 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후 보측이 조사위원회에 들어갔다"면서 "이영희, 윤금순, 나순자 후보, 그리고 그런(부정선거) 문제제기를 한 오옥만 후보 측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인사들 중 참여계인 오옥만 후보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범자주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노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당권파(경기동부)쪽에선 이번 (진상조사위) 발표를 인천이나 울산 쪽이 노동계와 함께 공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신호를 비당권파 쪽에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만약 국민참여당계, 진보신당 탈당파, 경기동부를 제외한 범자주파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당권파와 팽팽한 대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안팎에선 이를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각양각색인 비당권파가 당권파의 응집력에 맞서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진상조사위의 충격적 발표에 당권파가 더 강한 역공을 가하면서, 현재 공은 비당권파 쪽으로 넘어온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당권파 입장에서 당권파 쪽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과 수습책을 수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당권파는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을 통해 △이정희 대표만 차기 당권 불출마 △의도적 부정이 아닌 관행과 역량 부족에 의한 부실 경선 관리로 해석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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