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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폭염, 정부는 너무 굼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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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폭염, 정부는 너무 굼떴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탄소배출 감축 모범 보이자

슈퍼폭염이 지구촌 곳곳에서 '난동(暖動)'을 부리고 있다. 대한민국도 슈퍼폭염 습격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뒤늦게 일제히 폭염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둥 호들갑을 떨고 있다.

올 폭염으로 우리나라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린 이가 이미 2천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만 30명 가까이 된다. 8월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애초부터 폭염을 국가 재난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다루어야 했다.

필자는 이미 보름 전에 폭염은 자연재난이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일종의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또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폭염 대책을 세워 사망자와 온열질환자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슈퍼폭염 대책 너무나 굼떴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폭염을 비롯해 여름철 재난에 대비한 대책 회의를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공공폭염쉼터 마련과 대국민 홍보 등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번 슈퍼폭염에 대비한 강력한 대책은 민간공사 현장에 대한 강제 조치의 어려움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재난을 포함해 위기 대응의 핵심은 때를 놓치지 않는 위험(위기) 소통이다. 위험(위기) 대응의 요체는 타이밍이다. 정부가 슈퍼폭염을 예상하고 여름 전에 슈퍼폭염 대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망자와 온열질환자를 내고 난 뒤 한낮 작업 중지, 전기료 누진제 제한적 폐지 또는 완화, 긴급 공공피난처 마련, 폭염에 대한 자연재난 규정 등의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슈퍼폭염이 몰고 올 파장을 간과했다는 방증이다.

인간의 힘으로 연일 기록 갱신을 하는 슈퍼폭염 그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예측 또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자세와 대책 마련은 가능하다. 슈퍼폭염은 자연재난이지만 그로 인한 사망 등 대량 인명 피해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일찍이 필자가 강조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슈퍼폭염 대비 부처 합동회의, 올 여름 전에 열었는지?

다시 말해 최고 기온 40도의 상황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지 않거나 적어도 재난 수준의 사망·질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슈퍼폭염의 습격은 막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는 얼마만큼 예방·대응책을 잘 마련해 제때 잘 시행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일찍부터 슈퍼폭염에 대비했더라면 사회적 재난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

슈퍼폭염이 한반도를 습격하기 전에 최악의 폭염이 올해 올 것으로 예측한 적이 있는지, 예측했더라면 그에 걸맞은 대책을 미리 세워두었는지 묻고 싶다. 예측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최악의 상황 발생에 대비해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각각, 그리고 합동으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형화재, 대형산불, 대형 육·해상 교통사고, 대형 유해물질 누출사고, 홍수, 태풍 등에 대비해 구조·구난 기관과 관련 부처가 마련한 행동 요령, 대응 요령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분명 있을 터이다. 폭염에 대비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이미 마련돼 있는지, 있다면 이번 슈퍼폭염에 대비한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다. 만약에 하나 없다면 왜 이런 슈퍼폭염에 대비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지구온난화 막기 위한 탄소배출 감축 모범 보여야

슈퍼폭염의 기세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약간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대야와 30도 중반을 오르내리는 살인더위는 적어도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나 시민 모두가 여전히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뿐 아니라 가축과 양식 물고기, 농작물 등도 슈퍼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죽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농수축산인들의 시름과 농수축산물 가격 폭등 등이 2차 피해로 우리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고 매우 중요하다.

슈퍼폭염에 대비한 대응책과 온열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 소통 전략 등이 제대로 마련되고 제때 작동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또 이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올 여름 슈퍼폭염과 같은 기후재앙이 앞으로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을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지구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매우 많이 하는 나라에 속하는 대한민국이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을 책임 있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 근본적 해결을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슈퍼폭염의 대증요법만 찾고 있으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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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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