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이런 대응에 대해 여론의 지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박원순 시장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의 '칼'은 지하철 9호선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역시 한국맥쿼리인프라가 대주주인 우면산인프라웨이가 운영하는 우면산 터널, 청계천 철거 상가 대체 분양지로 만들어졌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귀곡산장(박원순 시장의 표현)' 소리를 듣고 있는 가든파이브, 불법특혜 의혹이 많았던 서초동 사랑의교회까지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이 사안들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이 엮어 들어갈 수 있는 것들로 상당한 정치적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 국무회의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9호선 문제에 대해선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단순히 운영적자가 얼마냐에 대한 의견대립이 아니라,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체결된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계약 자체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05년 운영권자에게 '세후 실질사업수익률'을 8.9%까지 30년간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예상수익의 90%까지 서울시가 보전하게 되어있는 것.
역시 MRG 계약이 체결된 우면산터널 쪽도 석연치 않긴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12월 이명박 시장 재임 2년차에 서울시 우면산개발(주)과 '통행료 2000원, 19년 운영'으로 최초 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2005년 한국맥쿼리인프라가 최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우면산인프라웨이(주)로 이름을 바꾸며 서울시와 실시협약서 일부를 변경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운영기간은 30년으로 늘었고, 민간투자사업자의 사업비·운영비 등이 추가로 인정됐다. 이 당시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 계열사인 맥쿼리IMM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평소 민영화를 주창해온 <매일경제>같은 보수적 경제지들도 사설을 통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자(民資)의 역습'같은 제목이 붙은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총선 이후 다시 국토부가 불을 지피고 나선 KTX민영화에도 반발 여론이 높아지는 부대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세훈도 MB탓 했던 가든파이브…친박 핵심 엮여 있는 사랑의교회
청계천 대체상가 성격인 문정동 가든파이브의 경우 의혹보다는 정책실패 사례에 가깝지만 이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화살이 돌아갈 수 있는 문제다. 박 시장의 전임 오세훈 전 시장도 지난 2010년 9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SH공사의 '가든파이브' 사업 같은 경우 전임 시장 (이명박 전 시장) 때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떠 맡은 사업이다. 솔직히 고백한다. 그것이 분양이 제 때 안 돼 손해가 났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들도 가든파이브 분양률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이게 다 이명박 시장 작품 아니야. 청계천 성공했다는 실적 가지고 자기는 대통령까지 됐지만 우리한테 짐만 지우고 갔다. 어디다 말 할 곳도 없고 죽겠다"고 하소연을 했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도 가든파이브 때문에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신경 써줄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 전임 오세훈 시장과의 차이점이다.
서초구민들의 감사청구를 통해 서울시가 감사에 착수하게 되는 서초동 사랑의교회 문제의 경우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시 차원의 문제라기 보단 서초구에서 어떻게 인허가를 내줬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 특혜 의혹의 중심에는 이 교회 교인인 친박핵심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지 오래다.
"큼직한 건 싹 훑어봐야겠다"
이처럼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들여다보는 모든 사안들이 모두 정치적 인화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우리가 뭘 탈탈 털어보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9호선 주식회사가 먼저 500원 인상안을 들고나와 벌어진 일이란 이야기다.
이 핵심관계자는 '9호선, 우면산터널 문제 이후 또 크게 제기될 것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은 무엇이라고 지금 말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9호선 문제부터 해서 큼직큼직한 걸 싹 훑어봐야겠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고 답했다.
예컨데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측근이었던 음성직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기소된 사안인 도시철도(지하철5~8호선) 입찰 비리 문제 등 다른 의혹 거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핵심관계자는 "개인 비리 차원의 문제는 검찰,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큰 인허가 사항, 정책 결정 사항을 들여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러 정치적 문제를 만들진 않겠지만, 문제가 되는 것도 피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야기다. '청와대나 다른 중앙 부처에서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없다"고 답했다.
9호선이 KTX민영화 막는다?…서울시의 지난 8년 '정산'하면?
총선과 대선 사이인 현 시점에서 서울시의 이런 행보는 여러 가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먼저 마치 '세금 안 들이는 공짜'처럼 일반에 알려졌던 무분별한 민자유치 사업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효과는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도 파급될 수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영화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카더라'수준에 머물렀던 과거 서울시정의 의혹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나라당이 시장은 물론이고 구청장과 시의회에서도 다수를 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전체의 대선 표심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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