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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론 누구도 박근혜에 대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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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금으론 누구도 박근혜에 대적 안된다"

[인터뷰] 노회찬 "관악을 사건, 당 지지율 5% 까먹어"

2008년 총선이 끝난 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주인공이 됐던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지난 4.11 총선에서 57.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을 기뻐만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듯 했다.

당초 야권연대를 통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가 속한 통합진보당도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 확보)라는 자체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13석을 얻는데 그쳤다. 8개월 밖에 안 남은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열세인 야권이 불리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노회찬 대변인은 17일 서울 노원구 사무실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데 야당은 때를 밀고 있었다"며 야권의 자만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의 선거 결과에 대해선 울산, 창원 등 진보벨트에서 전패한 것과 정당지지율이 10.3%에 그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정당투표에 있어 "15%까지는 충분했다. 중간에 계속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꺾인 것이 서울 관악을에서의 사건"이라고 했다. 노 대변인은 "관악을 의석 1곳은 지켰지만 당 지지율의 상승세를 꺾은 것은 사실이고 회복되는 데 5일이 걸렸다"며 "이 공백이 없었으면 15% 이상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까지 이어질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한통속인 연대는 효과가 없다"며 통합진보당이 정책을 통해 민주당을 좀 더 왼쪽으로 강하게 견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선거연합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기 위해선 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은 새롭고 지지자들의 바람이 가장 정직하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런 고민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9월 전에 야권 전체의 대선후보가 정해져야 한다. 뻔한 과정, 상투적 수준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재미가 없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각 당의 후보를 먼저 뽑고 단순 여론조사로 해서는 안 된다. '슈퍼스타 K' 방식으로 단일화 경선을 해서 30명이든 40명이든 다 나오게 한 다음에 일정 범위로 잘라 주고, 마지막에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해서 다양한 요구를 다양하게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소속 정당이 다른 후보들끼리의 경선이라는 점에서 선거법 문제 등 살펴봐야할 점들이 많지만, "총선 정당투표율을 보면 진보진영 지지율을 합해야 간신히 이긴다"는 점에서 야권 전체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노 대변인은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 전문. 편집자


▲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는 노회찬 당선자.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데 야당은 때 밀고 있었다"

프레시안 : 우선 당선을 축하드린다. 개인적 소회는?

노회찬 :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오래된 숙제, 묵은 숙제를 해냈다는 느낌이 제일 많이 든다. 통합진보당의 오랜 꿈인 서울 의석 확보에 참여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2004년 원내진출하며 '진보정당이 시민권을 얻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한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인 시민권을 얻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전국 어디서든 열심히만 하면 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성과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야권연대가 총선에서 거둔 성적에 대한 실망도 있다.

노회찬 :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야당 지지층을 다 투표소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투표율이 54.5%인데 5%만 더 나오게 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 본다. 새누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투표한 새누리당 지지자들보다 야권 지지자가 많으면 이기고 적으면 지는 구조다.

압승할 수 있었던 선거를 석패한 것에는 전략의 문제 등 여러 결점들이 있었다. 좀 파헤쳐 보자면 '심판론'에 너무 의존했다. 야권연대조차 너무 안일했다. '단일화만 하면 이긴다,' '심판론이 100% 먹힌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심판은 기본이고 어떻게 다른 4년, 5년을 보여줄 것인지 국민은 캐묻고 있었다. 차별성과 신실성, 감동이 부족했던 건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마찬가지였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스스로 위기상황이라는 규정을 했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긴장 수준을 높이면서 그에 걸맞는 쇄신 몸부림을 쳤다. 국민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야권은 스스로 위기감이 없었다. 야권연대만 하면 다 이긴다는 식이었고, 안이했고, 승리감에 미리 도취돼 있었다. 저쪽은 뼈를 깎는데 이쪽은 때를 밀고 있었다.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보자면 우선 경남 창원, 울산에서 전멸한 것이 뼈아프다. 또 13석이라는 의석수가 만족할 만한 숫자인가 하는 지적도 있다.

노회찬 : 의석이 지난번 국회보다 2배가 된 것은 사실이니 그런 점에서 '참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분명히 여러 차례 얘기했던 것은, 20석이 최소목표이고 20석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선거에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것이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두 가지 실패가 있었다. 먼저 야권연대를 통해 국회 과반수를 점하려는 목표가 있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었는데 그 역시도 실패했다. 정치적으로는 패배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패배했지만 의석수는 많이 늘었고 소득도 꽤 있었다고 본다.

"관악을 사건만 아니었어도 정당 지지율 15%는 됐을 것"

프레시안 : 실패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노회찬 :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에는 2가지 측면이 있다. 지역구에서는 경남에서의 패배가 아프다. 경남은 (민주노동당이) 제일 먼저 출발했던 곳이고 성과를 먼저 냈던 곳이기도 한데, 이번 선거에서 울산 북구, 경남 창원성산, 사천·남해·하동에 있던 의석을 뺏겼다. 더 추가하지는 못할망정 있던 것도 뺏겼다. 질 수밖에 없던 곳도 아니고 우리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후보나 전술 등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또 전국적으로 정당지지율을 10.3% 얻은 것은 굉장히 아쉽다. 제가 볼 때 15%까지는 충분했다. 중간에 계속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꺾인 것이 서울 관악을에서의 (이정희 대표의 경선 부정) 사건이었다. 의석 1곳은 지켰지만 당 지지율의 상승세를 꺾은 것은 사실이고 회복되는 데 5일이 걸렸다. 5일 동안의 공백이 없었으면 15% 이상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게 있는데, 노원병 지역구의 정당투표율이다. 지역구를 구성하고 있는 7개 동(洞) 가운데 상계8동에서 21.57%가 나왔다. 5개 투표소 모두에서 20%를 넘었고 최고 26.7%까지 나왔다. 이 투표소에서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19.6%다. 서울에서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을 꺾은 유일한 투표소가 아닌가 한다. 노원병 전체에서는 17.45%가 나왔는데,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긴 하지만 서울 같은 지역, 노동자 밀집지역도 아닌 곳에서 20%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내세운 기치는 '대중적 진보정당'이었다. 방금 노 당선자는 경남에서의 전술 실패와 비례투표에서의 악재를 언급했지만 그보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희석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노회찬 : 계급성이 희석됐다는 것은 '팩트'는 아니다. 국민참여당이 합류하면서 계급성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미 있었고 그게 이번 선거에서의 울산 참패라는 결과와 연결되면서 그런 기계적 해석이 나오지 않았나 한다. 일부 노동운동권 내에서 참여당이 함께하는 문제를 가지고 '친(親)노동이라는 성격이 후퇴한 게 아니냐'고 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 관련 인식이나 정책은 후퇴하지 않았다.

대중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분명히 3자 통합의 '시너지'(상승효과)가 발휘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3개 세력이 갖고 있던 최대치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적게 나온 것이 맞다. '그렇게 모여서 그것밖에 못했느냐'는 지적에는 할 말이 없다. 잠재적 대중성이 다 발현되진 않았다. 10%의 지지율을 얻은 건 당이 대중화된 게 아니라 대중이 진보화됐다고 본다. 진보정당이 노력해서 한 게 아니다. 그만큼 당이 대중에 더 다가가야 한다.

프레시안 : 향후 개인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당장 5월에 당 지도부 선거가 있고 이후 대선국면이 이어질 텐데.

ⓒ프레시안
노회찬
: 당과 관련해서는 길게 보려 한다. 통합진보당은 아직 완전히 투명하게 알려지고 보여지고 평가받는 당이 아니다. 당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지 않나.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거나 그만큼 관심이 집중되지 않아서 평가가 면제되거나 생략된 면이 있다. 당이 커지면서 이번에 이런 부분들은 바꿔나가야 한다.

당의 대중화란 대중으로부터 지지받는 측면만이 아니라 대중이 부담 없이 들락거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당과 관련해서도 의회와 관련해서도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문호를 개방하고 문턱을 낮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당내 세력관계를 조정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이 성공하기 위한 과제가 몇 가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통합 과정에서 함께하지 못한 진보세력과 함께하는 문제가 있고, 이미 합류한 세력들 간의 간극을 좁히고 벽을 낮추는 문제가 있다. 이 모두가 당의 대중화와 무관하지 않다.

프레시안 : 함께하지 못한 진보세력을 얘기하셨는데, 노 당선자의 '친정'인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정당등록이 취소돼 재창당 등 과정을 밟아야 할 것 같은데 이 분들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구상이 있는가?

노회찬 : 지금 진보신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어떤 공식 제안을 할 계제는 아니다. 저는 탈당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진보정당이 대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신당에)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이 있어서 따로 가게 됐다. 달랐던 견해의 차이는 시간과 실천이 해결해줄 것이다. 그분들의 우려가 의구심에 불과한 것으로 입증된다면 같이하게 되는 것이고 명확한 사실로 확인되면 같이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풀리리라고 본다.

시점을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총선 이후 대선 전, 또 대선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진보신당과 다른 진보세력까지 함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녹색당, 청년당은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녹색의제와 청년의제를 제대로 표현하고 반영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 의제를 함께한다는 취지에서 궁극적으로 같이하는 게 맞다. 의제별로 나누어서 교육당, 의료당 생기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진보대연합은 필수적이고 유일한 경로라고 생각한다.

"19대 국회, 처절하게 싸워야"

프레시안 :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점했다. 19대 국회 초반 운영이 12월 있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여지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노회찬 : 19대 국회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원내에서 과반을 점하지 못함으로써 국회에서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처절하게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해야 할 정치가 의회 내에 갇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떻게 정치하느냐의 문제다. 국민들이 바라는 의제를 확실히 해서, 의석수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국민적 열기를 만드는 것까지 해내야 한다고 본다. 다수 국민이 원하면 의석수의 한계를 넘어서서도 이뤄지지 않겠나.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엉뚱한 일들, 과거(노무현 정부 때)처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다든가 이런 것으로 아군 진영을 분열·교란시키는 일을 해선 안 되고 꼭 해야 하는 일을 집중해서 해내야 한다. 과거(2004년) 국가보안법 문제처럼 판단을 잘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마치 국보법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처럼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당시로 보면, 폐지가 어렵다면 7조 찬양고무죄라도 없애든지 하는 식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갔어야 한다.

야권연대에서 지역구 몇 개 나누는 식으로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근시안적인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야권연대는 국민연대가 아닌 정치인연대다. 국민들이 볼 때 '우리들을 위한 게 아니라 저 사람들 자신을 위한 연대다' 이렇게 되는 것이다. 연대해서 뭘 해결할 것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확실히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핵심적 의제라면 무엇일까?

노회찬 : 경제민주화다. 6월항쟁 25주년인데, 제2의 6월항쟁, 제2기 민주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민주화는 진전됐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정체되거나 후퇴한 면이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사회지배력이 훨씬 커지고 기업 간의 격차, 국민 간의 소득격차도 커져 이것이 건강, 교육의 격차 등 전 방면으로 확대되는 위험사회로 가고 있다. 1%만을 위한 경쟁사회가 낳은 학교폭력, 노인, 저출산 등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밖에 없다.

야권연대 필요성도 여기 있다. 선거공학적으로 '새누리당을 꺾기 위해 연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왜 통합은 않느냐' 등의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에 맞선 중국의 국공합작처럼 경제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한시적 동맹을 맺는 연대를 이뤄야 한다. 또 신실하게 평가받으려면 대선 이후까지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한통속인 연대는 효과가 없다"

프레시안 :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그 경제민주화를 해낼 정치세력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데서 물음표가 놓이는 것은 아닌가.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마저 복지를 들고 나오고 있는데, 야권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노회찬 : 일반 유권자들은 경험에 기반해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 분들의 경험 속에서 보면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역대 정권이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도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정당은 확연히 다르지만 너무 과도한 주장과 그것을 실현시킬 힘의 부족이라는 양면에서 보는 면이 있다면, 민주당은 수권 당시 과거의 정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국민은 보고 있다.

제가 보기에도 오십보백보인 면도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 된 이후에 주요 정치인들이 진보적 주장을 많이 하게 됐을 뿐이지, 민주당 정부의 과거 경제정책들을 보면 종부세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서는 보수정권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국민들이 보기에 '박근혜는 부자만을 위한 세력이고, 이쪽(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세력이다' 이렇게 차별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 너도 나도 복지를 운운하게 되자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

경제 문제에서 과거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 사례를 좀 봐야 한다. 하토야마는 아동수당 등 획기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았고,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박근혜가 (야권을) 따라온 점도 있고, 선거를 겨냥하고 '줄푸세' 얘기하던 입에서 정반대 내용을 얘기하는 문제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따라온 만큼 민주당이 나가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이번에도 총선 성적이 안 좋으니 더 보수적으로 후퇴하려 하고 있고 대선 국면에서도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건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굳이 민주당을 택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도부 변화를 통해 '뉴(new) 민주당'의 정책노선을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체질화된 것은 아닌 것 같다.

프레시안 : 사실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을 얼마나 좌로 견인했는가도 짚어봐야 한다. FTA나 강정 문제로 마치 끌고 간 것처럼 보였지만 큰 틀에서의 경제정책 등을 보면 아닌 부분이 많다.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야권연대의 확장성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노회찬 : 공감한다. 야권연대가 물론 필요하다고 보지만, 제대로 된 야권연대를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까지 연대에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권연대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서로 달라야 한다. 다른 것끼리 합쳐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거의 비슷한, 한통속인 연대는 효과가 없다. 옛날에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연대한다고 누가 관심 가졌겠나.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민주당이 진보적 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해서 하나라도 관철시킬 때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뿌리가 더 튼튼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은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하나라도 더 받아들이도록 한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대선에서는 그런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정책에 대한 청사진도 취임 후 100일 안에 할 것과 1년, 5년 안에 할 것을 단계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공약 자체가 야권연대의 산물로서 선거 이후에도 정당이 보전한다는 '사후보증'(A/S)이 있어야 한다. 당선자가 변심하면 없어지고 그래선 안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야권 대선주자 경선, 한 방에 끝내자"

프레시안 : 총선 끝나자마자 대선 국면이다. 대선도 선거연합으로 가는 것에 통합진보당도 공감대를 가진 것 같다. 이번 총선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탄탄대로에 올라선 듯한데 야권이 어떻게 돌파해야 하겠나.

노회찬 : 대선 후보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독립적인 여러 존재 중 어떤 존재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야권을 지지하는 세력의 후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있는 그대로는 어느 후보도 박근혜에 대적이 안 된다. 그가 누구이든,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을 통해 특정한 철학과 정견을 가진 개인이라기보다는 집단의 요구와 바람, 열망이 객체화되고 인격화된 존재가 돼야 한다.

시간이 없다. 9월 전에 야권 전체의 대선후보가 정해져야 한다. 뻔한 과정, 상투적 수준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다 나와' 이런 방식, 어느 정도에서 컷오프(cut-off)를 해서 7명을 뽑아 경선을 붙인다거나 해야 한다. 재미없어서는 안 된다. 한 쪽은 당이 큰데 한 쪽은 당이 작거나 없거나 한 상황에서 그냥 붙어보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단순 여론조사로 해서는 재미없다고 본다.

'슈퍼스타 K' 방식으로 단일화 경선을 해서 30명이든 40명이든 다 나오게 한 다음에 일정 범위로 잘라 주고, 마지막에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해서 다양한 요구를 다양하게 반영해야 한다.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하는 후보라는 날개까지 달아줘서 내보내 보자. 1인1표가 아닌 선호투표제 주장 이유는, 국민들 각자의 마음 속에 순위가 있는데 한 장만 줘서는 마음이 표현되지 않으니 서열대로 다 가점을 주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프레시안 :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시간도 없고, 민주당에서 동의할까 하는 문제도 있다.

노회찬 : 이런 식으로 할 것이냐, 전통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과 추태를 모두 다 보여주면서 할 것이냐다. 관습적으로 보자면 물론 각 당의 후보를 먼저 뽑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웬만한 사람이 다 나왔다'고 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모든 선거는 '저 사람은 문제가 있다. 내가 해야 한다'로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칼자국 날 수밖에 없다. 이기긴 이겼지만 본선에 가서 싸울 기력을 많이 뺏긴 후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여러모로 앞서있는 강력한 후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 '아이언맨' 같은 강자, 하늘도 좀 날아다니고 그런 강자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지만 이것부터 풀어야 한다고 본다. 각 당이 내부에만 매몰돼 있으면 당마다 하나씩 뽑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이 들어오는 문제로 실랑이하면 각 당의 절차도 힘을 못 받게 된다. 서로 다른 당들이 힘을 모아내면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이 (단일경선에 반대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백전백패다. 그렇게 해서는 못 이긴다는 것을 국민도 보여줬다. 지난 대선이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참패한 선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500만 표 차였다. 이번 선거도 민주당 이름만으로 될 수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총선 정당투표율을 보면 진보진영 지지율을 합해야 간신히 이긴다. 새누리당과의 1대1 구도 속에서 결국 민주당으로 자동적으로 수렴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민주당 쪽 인사와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해보았나? 또 선거법상 문제는 없나?

노회찬 : 이게 유일한 길이다. 아직 얘기는 안 나눠 봤지만 민주당에서도 흔쾌히 동의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구체적 상황을 내다보고 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과거 조국 서울대 교수도 야권연대를 강조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법적으로는 예를 들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민주당 후보와 각 당 후보가 단일화한 방식을 준용하면 된다고 본다. 또 필요하다면 '2012승리'라거나 하는 이름의 당, 가설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 법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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