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원내대표는 4.11 총선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염두하고 "부동산 활성화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이 주택을 팔 때, 한 채만 소유한 사람과 똑같은 세금을 내도록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이상돈 비대위원은 1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원내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하면서도 "그것을 이 시점에서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법안 내용을 떠나 정치적으로 좀 그렇다"며 "그게 무슨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정책인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팔 걷고 나서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오른편에는 황우여 원내대표 ⓒ뉴시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 외에도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해제, 지난해 말 끝난 주택 취득세 감면제도 재도입,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도 추진할 태세다.
특히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DTI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현재 강남 지역만 DTI 40%를 적용받고 있는데,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50%로 완화된다. 강남 지역이 풀리면 타 지역에 대한 DTI 규제 추가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가계 부채 문제와도 직결된다.
투기 지역 해제는 국회 소관이 아니지만 당정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본 뒤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말해, 정부는 자신감이 붙어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이 동의하면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황 원내대표의 "부동산 활성화" 언급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비롯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각종 부동산 활성화 정책 관련 '숙원'을 풀어주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황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지난 16일 대한상의 주최 조찬강연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것과 맥이 닿는다.
"새누리당이 말한 서민은 7% 부동산 부자들이었나"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현재 시행도 되지 않고 있는 다주택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첫 번째 개정법률안으로 들고 나오는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며 "유예기간인 올해 12월말까지 차기 국회에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주택 전월세값 상승이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고 자칫 주택가격 심리를 자극해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시급한 민생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새누리당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보다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먼저 꺼내들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선거기간 동안 서민경제, 민생을 그토록 외치던 새누리당이 민생대책 1호로 입법화하고자 하는 정책이 대한민국 가구 중 7% 밖에 되지 않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감세의 혜택을 주고 땅 한 평, 집 한 채 없는 40%가 넘는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라면 새누리당이 말했던 서민은 대한민국 상위 7%의 부동산 부자들이었음을 반증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훨씬 넘는 상황에서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하는 현실이 문제인가. 40% 넘는 가구가 땅 한 평, 집 한 채 없이 전월세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문제인가"라며 전월세 상한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이어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양도세 중과 폐지 등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다 해체한다면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부나방처럼 몰려들 때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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