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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철 열사 父 박정기 씨 별세 '보고싶은 아들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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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철 열사 父 박정기 씨 별세 '보고싶은 아들 곁으로'

정·관계 인사 추모행렬 잇따라...조국 민정수석, 오거돈 시장 29일 방문

지난 1987년 경찰 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항년 89세의 나이로 지난 28일 오전 5시 48분 별세했다.

고 박정기 씨의 빈소가 같은날 부산진구 부산시민장례시장에 마련되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 ⓒ프레시안

지난 28일 오후 빈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인권·민생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추모 글을 남겼다.

뒤이어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방명록에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이바지 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앞서 문무일 총장은 두 번이나 박정기 씨가 치료를 받던 요양병원을 찾아 문병하고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바 있다.

또한 이날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아버님이셨다. 이제 아프게 보냈던 아드님 곁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추모의 말을 밝혔다.

이외에도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빈소를 찾았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 빈소 방명록에 글을 남긴 최환 검사(현 변호사). ⓒ프레시안

특히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에 의한 사망'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환 검사도 빈소를 조용히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다.

최환 검사는 지난 28일 오후 빈소를 찾았으나 많은 조문객들 사이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나 방명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최환 검사의 글이 발견됐다.

그는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옵소서"라고 추모의 글을 남기며 조문글 밑에 '1987년 당시 담당 검사 최환 합장'이라고 적었다.

박정기 씨의 빈소가 마련되고 2일 차인 29일에는 오전 일찍부터 고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선배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

조국 수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님, 편히 쉬시이소'라고 추모의 글을 먼저 남겼다. 그는 "1987년 1월 14일 종철의 비극적 죽음 이후 아버님은 평범한 공무원에서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하셨습니다"며 "아버님은 종철의 아버지를 넘어 저희 모두의 아버님이셨습니다. 아버님 수고 많으셨습니데이, 그리고 억수로 고맙습니데이. 종철이 만나거든 안부 전해주이소"라고 밝혔다.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박상기 장관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국가 폭력이 개인과 가정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또한 오거돈 부산시장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김해영 민주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 29일 오전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 빈소를 찾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 ⓒ프레시안

한편 박정기 씨의 빈소에는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고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도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배은심 여사는 <프레시안>과 만나 박정기 씨의 생전 모습을 "6월 민주항쟁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1년 뒤 광주에서 장례를 치른 뒤에 만나 인연을 이어왔다"며 "옛날 군사정부 때 저희들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싸워왔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총칼에 맞서 당돌하게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박정기 씨의 모습에 대해서는 "올해 3월쯤 병문안을 갔는데 그때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셨다. 저 누군지 아세요 하니, 한열이 엄마라고 알아보시더라.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슬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자 배은심 여사는 "민중편에 서서 민중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정치하는 사람들도 민중의 삶이 넉넉해지는 게 주먹 쥐고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생각이다고 알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배은심 여사는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에 대해 "검찰, 경찰이 병문도 가고 하던데 나는 그 사람들의 행동이 철저하게 가식이 아닌가. 아직도 못 믿겠다"며 "진심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도 어렵지만 과거에 대한 거부감이 와버렸다"고 많은 관심이 기쁘기도 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기 씨의 장례는 4일장으로 치뤄지며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7시다. 그는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진행하고 고 박종철 열사가 숨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들린 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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