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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굴욕'…'한명숙 리더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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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굴욕'…'한명숙 리더십' 실패했다

[분석] 연합 과반조차 실패한 야당, 패인은?

굴욕이었다. 4년 만의 설욕전은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성적표는 참담했다. 의회권력 교체는 고사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넘는 1당을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나름 선전했지만, 전국의 종합 결과는 명백한 패배였다. 4년 간의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 정권 심판론은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10년부터 2년 내내 심판론, 국민은 대안과 비전을 원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 ⓒ뉴시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성적표를 요약하면 수도권의 선전, 호남을 제외한 지방의 사실상 전패다. 특히 2004년 이후 야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보냈던 충청의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통합진보당은 일부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대부분이 민주통합당의 양보를 받아 낸 전통적 야권의 텃밭 지역이었다.

민주당은 총선 하루 전날에도 "예측이 어려운 끔찍한 선거"(박선숙 사무총장)라며 '엄살'을 떨었지만 내심 1당은 자신했었다. 4.11 총선 당일에도 "단독 과반은 어렵더라도, 통합진보당과 함께 과반 달성은 무난하리라"는 예측이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졌다. 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은 사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반복된 야권의 무기였다. 정권 중반 치러진 지방선거 때의 아젠다를 야권은 정권 말까지 놓지 못했다. 상대는 '미래권력' 박근혜인데, 이쪽은 '과거권력' 이명박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평선 너머로 이미 넘어간 해를 붙잡고 있자니, 새 시대에 대한 비전은 미처 제시하지 못했다. 총선 직전까지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경제민주화의 이슈는 정작 선거가 시작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야권은 선거 기간 내내 단 한 가지의 정책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그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국민은 이미 여러번 민주당에 기회를 줬는데 정작 야권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정희와 김용민, 비수도권 참패의 시작이었다"

또 다른 패인으로 전문가들은 '오만함'을 꼽았다. 한귀영 한겨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진영논리는 일시적으로는 굉장히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덫이 된다"고 말했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스스로 성찰의 공간을 열어놓지 못하고 상대의 실책에만 의존했던 주체들의 문제가 치명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두 장면이 바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부정 경선' 파문과 김용민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동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송구스럽다"며 후보 자리는 내놓았지만 통합진보당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며 대중 앞에서 여전히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문가는 "이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것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용민 후보는 여러 차례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지만, "국민에게 심판 받겠다"라며 일각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완주했다. 한명숙 대표마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출마를 만들어 낸 <나는 꼼수다>와 그 지지자들은 "대체 왜?"라는 태도였다.

두 사람의 이같은 행보는 "비수도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분석 전문가는 "이정희-김용민 파동은 강원, 충청, 인천 등의 50대 이상이 똘똘 뭉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 선거'가 아니라 '세대 대결'이었다"며 "충청도에서 선거를 치른 이해찬 전 총리가 '김용민 사퇴'를 얘기한 것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선거 막판 튀어 나온 김용민의 변수가 비수도권에는 막강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천은 엉망으로 해도 야권연대만 되면 이긴다?

1당을 자신했던 두 당의 오만함은 총선 시작부터 터져 나온 공천 파문을 복기해 보면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야심작이라고 내놓았던 국민참여경선은 오히려 최악의 공천을 불러왔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특히 충청도의 참패는 공천이 핵심 이유"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야권이 그나마 선전한 선거구는 대부분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좋았던 곳인데 반해, 참패한 충청은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생각해 거의 대부분 기존의 인물을 단수공천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민주당은 수도권과 부산 등 영남권에 집중했을 뿐, 충청은 눈 밖에 있었다. 이는 수도권과 영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대선에서의 승산이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지만, 충청과 강원의 민심은 그 계산을 정확히 꿰뚫었다.

공천의 문제는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였다. 성추행 전력자를 공천했을 뿐 아니라, 비례대표 선출 과정은 각종 의혹으로 휘청거렸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비례대표 공천은 우리끼리 알아서 해도 된다는 오만함의 발로였고 그 결과가 2004년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천은 유권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를 대변할 '단 한 사람'의 문제인데, 두 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보다는 '야권 단일화'가 세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라고 믿고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로부터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한 또 한 가지 대목이다.

한명숙, 취임 3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하나?

당장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거취 논란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한명숙 대표가 당 안팎의 사퇴 압박을 버텨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냐를 놓고 한동안 극심한 혼란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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