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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항일호남의병‧5월항쟁사 담긴 역사교재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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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항일호남의병‧5월항쟁사 담긴 역사교재 펴내

정보기관 감시로 집필진 신분상 위협 느끼는 등 진통 끝에 완성

광주시교육청이 지역사가 담긴 역사교과서 보조교재를 20일 처음 공개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기자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통해 “교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2종으로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계승한 주제와 광주의 지역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중‧고등학교 역사를 배우는 모든 학생들에게 보급해 올해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에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여름방학인 8월에 중‧고등학교 역사교사를 대상으로 보조교재 활용연수를 실시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교재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현장의견을 폭넓게 수용할 방침이다.

공개된 교재는 이날 전국적으로 ‘기존 역사교과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존 교과서와 차별화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지역사 서술이다.

새 교재엔 각 ‘지역의 역사’가 20% 가량 포함돼 있다. 광주시교육청 역사교재엔 광주의 역사가, 전북교육청 교재엔 전북의 역사가 실려 있다.

ⓒ광주시교육청


기존 대다수 역사교과서가 수도 위주인 중앙의 역사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각 학생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명과 지형, 인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확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역사교재에선 호남에서 진행된 임진왜란과 일제의 이른바 ‘남한 폭도 대토벌 작전’을 배울 수 있다. ‘남한 폭도 대토벌 작전’이 실제로는 호남의병을 섬멸하려는 작전이었음을 교과서에서 처음 만날 수 있다.

또한 학생들 집 근처 산에 남아 있는 항일 의병들의 토굴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고 3·1운동 때 태극기를 흔들다 일본 헌병의 칼에 왼팔이 잘린 수피아 여학교 윤형숙 선배의 얼굴도 볼 수 있다. 일제의 침략’이 학생들에게 현실로 다가가는 대목이다.

특히 근현대사 편에서 호남 항일의병의 활동상황이 실감 있게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중학교 교재 264쪽에선 일본 제국에 반항하며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도한 성진회 학생들의 선명한 얼굴과 눈빛들을 만날 수 있고, 고등학교 교재 380쪽에선 4·19 혁명 때 교문을 뛰쳐나가던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의 굳건한 표정을 만날 수 있다.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설명은 물론 6월 항쟁 때 20만 시민이 모여 금남로에서 열었던 ‘이한열 노제’도 볼 수 있으며, 이한열의 모교가 광주진흥고등학교였다는 사실과 그가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조교재 개발을 담당했던 광주시교육청 박민아 교육연구사는 “여성, 어린이, 학생, 서민,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역사, 특히 현대사를 바라보려 했다”며 “교과서 전반에 인권과 평화가 녹아있지만 교과서가 가져야 하는 균형감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사는 개발 초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연구사는 “당시 17개 시·도교육청에서 4개 교육청만 만들었지만 우리가 앞서서 만들고 원하는 교육청이 있으면 제공하려고 했다”며 “만들 때 너무나도 엄중한 현실이 있었고 또한 4개 시·도가 하다보니까 집필진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참여한 선생님들은 신분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고 정보기관에서도 수시로 집필진들의 워크숍 일정을 물어와 자료 노출에 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사는 “모든 아이들이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면 우리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으며, 광주 정신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역사 집필과 전체 검수를 담당했던 광주일고 신봉수 교사는 “국가주의적인 획일적 내용을 담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해서 학생들이 보기엔 내용들이 생소할 수 있다”며 “‘아! 이런 시각에서도 역사를 볼 수 있구나‘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또 하나는 지금까지 역사가 항상 중앙 중심이었으나 이 책이 처음으로 지역사를 넣었다”며 “지역사에서 광주 지역의 민주화운동 전체를 다뤘는데 특히 4·19 역사에서 광주는 지워져 있는 상태였지만 광주도 이런 역할을 했다는 것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지역에 역사가 있고 그곳의 사람들이 단순히 살아온 것이 아니라 ‘행동’해 왔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교재는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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