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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물선' 광풍이 말해주는 것...경기침체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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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물선' 광풍이 말해주는 것...경기침체증후군?

"대국민 사기극 가능성 높아"...그런데도 투기는 왜 몰릴까?

한 신생업체가 113년전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고 나서면서 '테마주 광풍'과 '가상화폐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 군함은 무려 150조 원 상당의 금화를 싣고 있다는 소문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전문가들조차 "실체가 없는 뜬소문"이라고 일축하지만, 끈질기게 이 소문은 사실처럼 전해져 왔다.

금융당국은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 한달 정도에 불과한 신일그룹의 보물선 인양 계획보다 투기광풍 현상에 주목해 지난 18일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제일제강 등 코스닥 5개 종목은 '보물선 테마주'로 묶여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동안 1조 원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일제강은 신일그룹이 지난 6일 지분 7.3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5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려 지난 11일 2435원에서 18일 장중 5400원까지 단 일주일만에 두 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주가급등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동안 5개 종목의 평소 거래대금은 일평균 1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투기광풍이 불었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날 제일제강 측은 신일그룹이 최대주주도 아니고 보물선 인양작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공시하면서 20일까지 3일째 하한가로 폭락해 2200원대로 주저앉았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추정 모습. ⓒ연합뉴스

보증금, 소유권 분쟁 등으로 실제 인양 불확실


특히 신일그룹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에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신종 가상화폐를 판매해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물선이 인양되면 가상화폐 구매대금의 100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일그룹의 러시아 보물선 인양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1년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면서 인양계획을 밝혔던 동아건설 관계자는 "돈스코이호에 금 500킬로그램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현재 가치로는 220억 원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보물선 테마'로 2001년 12월 1일 300원이던 주가가 18일부터 1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시작해 이듬해 1월 4일 3265원까지 10배가량 폭등했다. 하지만 '보물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발표 등이 나오면서 주가는 800원까지 급락했고, 급기야 동아건설이 자금난으로 부도 나면서 2001년 6월 상장 폐지됐다.

같은 해 진도 죽도 해저에 20조 원에 달하는 군수 자금을 실은 채 침몰한 일본 군함 보물선 테마도 등장했다. 이 군함을 발견했다는 삼애인더스트리라는 업체의 주가는 2000원대에서 1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1000원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 보물선 테마는 G&G그룹 이용호 회장이 벌인 주가 조작 사건으로 드러났고, 삼애인더스트리는 2002년 10월 상장 폐지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사기극의 공통점을 '경기침체기 증후군'이라고 지적한다. 경기침체기에 '보물선 테마'는 '노다지 테마'로 변주되기도 한다.


2010년에는 CNK인터내셔널이라는 코스닥 업체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을 한다며 주가조작에 나섰다. CNK인터내셔널은 2010년 당시 개발권을 확보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 매장량이 4억1600만 캐럿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3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 사건은 외교부까지 나서 당시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당시 외교부는 “CNK인터내셔널이 카메룬에서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내줄 정도여서 3000원대였던 주가는 보름만에 5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을 사기극으로 결론냈다. 오덕균 CNK인터내셔널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CNK인터내셔널은 2015년 5월에 상장 폐지됐다.

신일그룹의 경우도 인양 허가를 당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소유권 분쟁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 인양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도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1일부터 본격 인양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당국에 인양 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드러났다. 20일 오전 신일그룹은 뒤늦게 인양 허가 신청서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허가가 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인양허가를 받으려면 추정되는 가치의 10%를 '보증금'으로 먼저 내야되는데. 신일그룹은 금화를 빼고 군함의 고철 정도만 계산해 12억 원 정도의 가치라면서 10%인 1억 2000만 원을 준비해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150조 원으로 알리고 투자금을 모았기 때문에 10%인 15조 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라며 승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소유권 분쟁 때문에 군함 인양 작업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매장물 인양의 경우 국가간의 분쟁이 없다면 인양한 측이 80%를 가져가고 국가가 20%를 갖게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군함이 실제 인양작업에 들어가면 소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국가간의 협의'로 해결하는 것이 국제법상 원칙이다. 하지만 국가간 협의가 이뤄져 실제 인양이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러·일전쟁 때 침몰한 러시아의 '나이모프호'는 1981년에 일본 쓰시마 해저에서 발견이 됐지만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일본이 인양을 포기했다. 1708년 콜럼비아 앞바다에 침몰한 스페인의 '산 호세호'를 1981년 미국 업체가 인양을 하려 했으나 스페인과 콜럼비아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37년째 분쟁만 하고 있다.

2001년 돈스코이호 인양계획을 주도했던 동아건설 관계자는 신일그룹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검찰이 곧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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