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FTA 저격수'와 박근혜 경제 브레인, '강북 속 강남' 리턴매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FTA 저격수'와 박근혜 경제 브레인, '강북 속 강남' 리턴매치

[4.11 총선현장⑨] 서울 성동갑, 새누리 김태기 vs 민주 최재천

서울 성동갑에서 펼쳐지는 새누리당 김태기 후보와 민주통합당 최재천 후보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최 후보가 김 후보를 꺽은 후 8년 만에 리턴매치가 벌어지는 것.

일단 김 후보와 최 후보는 여러 면에서 상반되는 인사다. 과거 5공 실세인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맞사위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동서인 김태기 후보는 보수적 경제학자로 친박계로 분류된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그는 '900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100인 위원회'(비정규직 100인위원회)가 선정한 '비정규직의 나쁜 친구들'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여권 내에서도 선명한 진보 성향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던 최재천 후보는 '한미FTA 저격수'다. 민주통합당 내 진보블록에 속하는 최 후보는 10만5000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자타공인 정치권 최고의 파워트리터리안이고 각종 TV토론의 단골 패널인 탓에 전직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이 처럼 두 사람의 컬러부터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데다가 성동갑 지역 자체도 흥미롭다. 성동구는 과거 전통적인 서민 거주 지역으로 야권 우세 권역으로 분류됐지만 성동갑 지역은 서울숲 조성, 뚝섬 개발, 뉴타운 건설 등으로 '강북 속 강남'으로 불린다. 한강 다리만 건너면 압구정동, 청담동이다.

선거운동 첫날 박근혜가 성동갑을 찾은 이유는

▲ 박근혜 선대위원장으로 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는 김태기 후보ⓒ김태기 후보 트위터
지난 12~16일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실시한 여론조사(집전화 RDD 및 휴대전화 패널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결과에 따르면 최재천 후보는 38.5%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김태기 후보는 36.7%이었다.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9일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이 지역을 직접 찾아 김 후보 지원 유세를 벌일 정도로 새누리당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곳을 경합 우세 내지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원래 지역구인 성동을 공천이 늦어졌지만 추미애, 김한길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광진-성동 벨트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자체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최 후보 쪽은 여유와 긴장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통상 정치인은 거시적 이슈에 강한 스타일과 지역 밀착형 스타일로 분류된다. 중앙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 토착형 후보들에게 거꾸러지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 후보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 관리를 꽤 잘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30일 아침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서 부지런히 명함을 돌린 최 후보는 "성동을에 비해 갑은 좋진 않다. 구청장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때 성동 전체는 우리 쪽이 이겼지만 갑은 오히려 뒤진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열심히 뛰었고 지역민들의 호응도 괜찮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지역 주민들은 최 후보에 대해 "부지런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에서 몇 안되는 해병대 사병 출신인 김 후보의 저력도 만만찮았다. 17대 낙선, 18대 낙천을 거치면서도 십여 년 이상 지역에서 버텼던 김 후보의 친화력에 대해선 다들 "인정한다"는 식이었다. 금남시장에서 만난 한 40대 상인은 "최재천도 그렇지만, 김태기도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걸로만 따지면 둘 다 국회의원 줘도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쪽은 "민주통합당의 지역 조직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우리를 돕기로 했다. 탈당해서 새누리당에 입당까지 했다"고 귀띔했고 최 후보 쪽은 "김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한) 진수희 의원 쪽 조직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성향은 뚜렷히 대비된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지난 29일 지원 유세에서 "김 후보는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실천에 옮기는데 꼭 필요한 인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 후보는 지난 2009년 <동아일보> 칼럼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고용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법을 개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단체협약과 같은 노사관계의 관행이 고용의 경직성을 높이고 활발한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고 노사 단체협약 폐기론까지 들고나왔던 인물이다.

반면 최 후보는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 후보를 응원, 지원하기 위한 일명 '구구팔팔 응원단' 선정 응원 후보일 정도다.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최 후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격려를 보내 진수희 의원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 후보는 "사실 지역에선, 김 후보와 나의 경제 성향 차이가 그렇게 부각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위터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가진 20~30대는 다르더라"고 덧붙였다.

"선거 운동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 최재천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파워트위터리안이지만, '동네 사람'에게도 닿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최재천 후보 트위터

일찌감치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운영했고 트위터로 성가를 높여 다른 정치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최재천 후보지만 "요새 참 선거 운동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 후보의 이야기는 민주통합당 혹은 성동갑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선거 출마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이다. 최 후보는 "아침 지하철역 인사를 나가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 마주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 등이 정작 지역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

대통령 선거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정도의 공중전에는 트위터가 분명히 효과 있지만, 지역 국지전 성격의 총선에 나선 개개 후보자 입장에선 "하기는 열심히 하는데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역시 서울에 출마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도 "맞는 말이다"고 맞장구쳤다 .

그런데 바닥을 훑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단다. 최 후보는 "4년 전에 비하면 동네 상권 자체가 절반으로 줄었다. 시장 나가도 사람 만나기 어렵다. 열심히 동네를 다니긴 다니지만 과거에 비해 효율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의원 선거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예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유명인이되서 출마하거나 구의원식 지역밀착형 선거를 펼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출마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또한 최 후보는 "지역 이슈 역시 마찬가지다.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4년 전 18대 총선의 경우 서울은 '뉴타운·특목고' 말고는 거의 다른 이야기가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

최 후보는 "뉴타운이나 재개발의 문제도 4년 전에는 '빨리 하자'는 쪽이 압도적이었다면 이젠 지주가 다르고 세입자가 다르고 조합 구성원이 다르고 다 다르다. 다른 사안도 이렇게 이해 관계가 촘촘히 쪼개져있다. 말 한 마디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