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문재인 후보가 버티고 있는 사상, 야당 3선이라는 신기원을 목표로 철저히 바닥을 훑고 있는 조경태 의원의 사하을은 새누리당도 인정하는 야당 강세지역이다.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4년 전 18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가 친박무소속연대, 친박연대로 나서 여권 분열상이 벌어졌지만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곤 야권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선거 구도 자체가 '이명박vs박근혜'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낙하산 새누리당 후보vs지역기반이 탄탄한 새누리당 탈당 후보vs지명도 높은 민주당 후보'의 3자 구도가 진행되는 곳은 승부를 내다보기 힘들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대성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사하갑의 경우 지역 재선 의원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엄호성 전 의원이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으로 나섰다. 민주당 후보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비서관을 지낸 최인호 시당위원장이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서울 강남을에 이어 부산 중·동구를 노크하다가 결국 공천장을 받은 부산진갑도 그렇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해 인지도가 높은 정근 후보가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 지역의 민주당 대항마는 재선 의원 출신으로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영춘 후보다. 흥미로운 삼파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부산뿐 아니라 경남에도 강기갑 의원 대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대 무소속 이방호 후보가 격돌하는 사천남해하동,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 대 새누리당 진성진 후보 대 무소속 김한표 후보가 정립한 거제 등 비슷한 구도를 보이는 곳들이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이같은 3자 구도 선거구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가 전체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
"이제 김영춘이 이 동네 사람인지 다 안다"
▲ "부산을 살릴라꼬 왔다"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김영춘 후보 |
김 후보는 "작년 6월에 부산진갑 출마를 선언했지만 12월까지는 최고위원 활동 때문에 일주일에 2,3일 밖에 지역에 머물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뛴 것은 3개월 정도 됐는데 이제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구력이 30년이 넘은 김 후보는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심판론은 이미 다 나올 만큼 나왔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역 민심은 완전히 바닥이지만 별로 더 반영될 것이 없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이 지역에선 (심판론보다) 박근혜 바람이 더 올라올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이십 여일 동안 우리 쪽에서 어떤 바람몰이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그런데 이십여 년 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 싹쓸이에 대한 염증은 상당히 높다. '해놓은 게 없다'는 것이다"면서 "일당 지배에 대한 심판 선거로 가고 '사람 보고 찍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철저하게 인물 대결로 가려고 한다. 남은 기간 동안 하루 하루씩 더 쌓아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이 지나면 새누리당의 전일적 지배구조에 균열이 갈 것이다. 부산진갑이 거기 포함된다"고 자신했다. 김 후보의 상대는 나성린 후보라기 보다는 새누리당으로 보였다.
"박근혜 새누리당에 기대가 크다"vs"낙하산은 안 된다"
"이 동네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왔냐"는 농담으로 기자를 맞은 나성린 후보 측은 그래도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탄탄하다. 우리가 남은 선거 운동기간 동안 열심히 유권자들을 만나고, 본인의 얼굴과 경력을 알린다면 '박근혜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와 겹쳐지면서 분명한 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에서도 '최악의 돌려막기'라고 비판받는 상황을 나 후보 측은 잘 알고 있었다. 나 의원 측은 "정근 후보가 우리 표 뽑아간다고 예측을 하지만 지역 내 꽤 있는 호남표를 김영춘과 정근이 나눠가는 식으로 판이 전개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나 의원 측은 "26일에 김무성 의원이 오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지역 거물인 김무성 의원이 친여 무소속 바람을 잠재울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하지만 당초 새누리당 공천신청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정근 후보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택시기사 입에선 '정근'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택시기사는 "지역에서는 탄탄합니다. 이름도 많이 알려졌고, 나이도 젊고, 노인들 눈 치료, 수술 봉사로 다 해주고 그러는데, 아마 새누리당 후보가 꽤 힘들겁니다"라고 말했다.
진주 출신이지만 30년 가까이 부산 진구에서 활동한 정 후보 측은 "진갑은 17, 18, 19대 총선 모두 서울에서 내려온 분들이 공천을 받았다. 나성린 의원도 학창시절만 보냈고, 김영춘 후보도 마찬가지다. 낙하산, 철새 공천 아닌가.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상당히 쌓여있다. 나이 드신 분들도 '무조건 1번만 찍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우리 모토는 평생 이웃, 주민 대표다.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진구에서만큼은 '지역 일꾼론'이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정 후보 측은 특히 나 의원에 대해 "불과 10여일 전만 해도 '중동구를 발전시키겠다'고 한 분이다"고 꼬집었다.
부산진갑은 '문재인 바람'이 불고 있는 서쪽 낙동강 벨트에서 비껴서 있는 부산의 중심 지역이다. 옆 동네 부산진을은 야당 거물인 김정길 후보가 친박계 신인인 새누리당 이헌승 후보와 격돌하고 있다. 어찌보면 낙동강 벨트보다 이 지역이 부산 전체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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