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명숙 대표, 비례후보 반납하는 게 최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명숙 대표, 비례후보 반납하는 게 최선"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55>민주당 지도부 무릎 꿇고 사죄해야

서울시청 앞 광장이었다. 촛불을 든 수많은 사람들의 한쪽 편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숙연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의 노래였다. 연신 눈물을 훔쳐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자꾸자꾸 모여들었다. 그 밤에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엄마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큰 것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바른 나라 바른 대통령'을 갈망하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콧날이 시큰해 왔다.

들킬까봐 그때 필자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기억이 어제처럼 새롭다. 벌써 4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2012년의 선거와 투표일이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랐다. 별로 잘 쓰지도 못했고, 제대로 짚어 내지도 못한 필자의 칼럼에 까지도 그들은 댓글을 달며 그 희망을 말하곤 했다. 어서 투표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이 근질근질해 참기 힘들다고도 했다.

다른 나라 총선이나 대선도 그러하지만 이 나라에서도 투표행위는 의사표시의 방법이 제한돼 있다. '△△를 반대한다'거나 '△△를 응징한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저 지지하는 사람(정당)의 이름 옆이나 아래 칸에 동그라미 붓 뚜껑으로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이 '고작'이다. 그래도 그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은 '지지'도 하고 '응징'도 한다.

그러나 난처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응징하고자 하는 사람(정당)은 있는데, 지지하는 사람(정당)이 없거나 중간에 지지 할 마음이 없어졌을 때 문제가 생긴다. 지지할 마음이 있던 사람이 계속 '헛발질'하고, '자살골'이나 집어넣어 지지를 잃어버렸을 때 그렇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그냥 투표를 포기해 버린다. 그렇게 응징 받아야 할 쪽이 덕을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투표를 통해서 MB정권 응징을 다짐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요즘 난처해졌음을 말하고 있다. 특정세력을 응징하기 위해서라도 그 반대쪽을 지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지지받아야 할 사람들이 계속해서 한눈 팔며 '뻘짓'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민주당이 공천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저 단순한 '뻘짓' 차원이 아니었다.

비리와 관련해 법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사무총장에 내세우더니, 다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저울고장 제멋대로 공천에, '상왕' 등 몇 사람이 자기 몫 계속 요구하며 힘겨루기를 해대고, 계파 간 이해 다툼이 극을 이루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요즘 보도의 주된 흐름이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친노 486 봐주느라고 대신 민주계가 코피 쏟았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에 들렸다. 비리문제로 기소된 사람이 공천을 받았다가, 탈당 절차와 함께 공천을 반납하고 당에서 나가더니,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당 지도부에서 그 지역에 민주당 공천자를 내지 않는 '신종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그것도 486 봐주기라 했다.

경제민주화 한다고 119 특별위원회 만들어 놓더니, 위원장으로 세운 사람 제치고 외부인사 데려다 그 위원장 몫으로 공천 주었다. 그는 당초 전주 덕진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수도권에 전략공천 하겠다고 강제로 뽑아다가, 몇날 며칠 서울지역에서 이리저리 뺑뺑이 핑퐁 친 끝에 결국 빈 손 만들었다. 특정인의 계파라 그리됐다는 소리도 나온다.

나눠먹기 '잔치'는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절정의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지도부 거의 모두가 제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되었었다고 했다. 한명도 못 챙긴 사람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적어도 한 자리 씩은 차지했고, 특별히 두 명 이상씩 거머쥔 사람들 이름도 나왔다. 정가에 파다하다.

MB식 화법으로 치자면 그건 외부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닌 '민주당 내부사정'(방송사 파업에 대해 MB는 "방송사 내부사정"이라 했다)일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도 지도부가 국민 눈치 신경 안 쓰고 겁 없이 그렇게 결행한 듯하다. 허나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지난 달 만해도 민주당이 제1당 되는 것 의심하는 사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이 제1당 되리라고 믿는 사람 거의 없다.

▲ 박영선 최고위원이 21일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4월 총선 공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연합
지도부가 그 지지율 다 엿 바꿔 먹었다. 오만이 꽃을 피우고 교만이 열매를 맺으면 그러게 되어있다. 잘못된 공천 바로 잡는 데서도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비교적 즉각 즉각 조치가 이뤄졌으나, 민주당은 질질 끌면서 어떻게 그냥 넘어가 보려는 '노력'이 뚜렷이 보였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고, 민심 무시할 방법을 모색하는 듯 했다. 그저 계파별 나눠먹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최고위원인 박영선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장이 최고위원과 특별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공천과정이 이 꼴 된 데 대해, 누군가 지도부가 국민에게 사죄해야 도리라고 생각했노라고 했다. 당을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했다.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촛불광장'에서 눈물 보이던 젊은이들과 유모차 아기엄마에서부터, 4대강 바라보며 가슴 치는 사람들, 부자감세로 빚어진 서민경제 파탄 속에서 고통 감내하고 있는 민초(民草)들, 남북관계 파탄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 선거를 손꼽아 기다리던 그 많은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무어라 말을 해줘야 한다.

그토록 선거 날을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들에게, 그리고 지금 엄청나게 화가 나있는 그들에게 민주당은 왜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는지 까닭을 밝혀줘야 한다. 지지한다며 붓 뚜껑을 눌러 줄 대상이 사라진데 대해 설명해줘야 한다. 투표장에 가야할 이유가 없어진데 대해 무언가 대답을 해줘야 한다. 정치란 원래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했던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박영선 최고위원 혼자 책임 질 일도 아니다. 지금은 박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에 대해서, 당 대표가 국민들에게 해명을 해줘야 할 때다. 그것은 타는 목마름으로 MB정권 심판을 소원하다 민주당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답은 아마도 한명숙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를 반납하는 결연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는 대표직만을 지닌 채 전국의 격전지를 돌며 백의종군하는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

당 대표의 비례후보 반납은 2004년 총선 때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후보를 사퇴한 전례도 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 국민들의 생채기 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다고 본다.

당 지도부도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상왕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이 좌우 한줄로 늘어서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마가 땅바닥에 닿도록 절하며 사죄해야 한다. 반성하며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투표일 손꼽아 기다리던 국민들에게 지금이라도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