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조치안 심의 결과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오후 임시회의를 진행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화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했지만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감리조치안을 다각도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이 이 부분에 대한 감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부분에 대한 최종 조치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증선위에 보고된 후에 결정되며 위법행위의 동기 판단에 있어서는 조치 원안을 심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2015년 전후 사실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던 것으로 보고 증선위에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했었다.
회계처리를 이렇게 변경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2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 비율이 높았던 제일모직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에겐 불리한 합병이었던 탓에 논란이 일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방식 변경에 따라 제일모직이 부당한 고평가를 받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입은 손해 규모는 더 커진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을 정점에 둔 삼성 지배구조의 정당성은 다시 흔들리게 됐다.
다만 12일 증권선물위원회의 발표를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 가능성을 점쳤던 일부 언론 보도는 허위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회계처리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회계기준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인 경우에는 상장폐지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12일 조치로 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심사는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재감리를 하도록 요청했으므로,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