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미국 측 회담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가 최근의 북미 협상 분위기에 대해 빅뱅식 일괄타결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6~7일 평양 방문을 '빈손 회담'으로 규정하며 회의감을 표하는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의 태도와 달리, 인내심을 갖고 실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갈루치 전 특사는 9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십년 간 북한과 협상을 지켜봤다면 빅뱅 이론 같은 게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를 혹평한 데 대해서도 "내가 지난 20여 년 간 들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신중하고 온화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 담화가) 미국측 반응과 대조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담화에는) 북한의 실망감이 반영됐지만,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아주 격렬하고 지독한 비판은 아니었다"며 "그래서 이번 담화가 향후 협상에 방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38노스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 역시 "대부분의 언론이 '강도 같다'는 표현에 초점을 뒀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 활동을 숨기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속이고 있다는 식의 미디어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만으로 북한의 모든 핵미사일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소련도 군축 협상을 타결하는 순간까지 무기를 증강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북미 합의를 끌어내는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갈루치 대사도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모든 비핵화에 동의했고 임무가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게 순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치를 성급하게 높여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이 이제는 없다고 했는데, 그건 완전한 오해"라고 덧붙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앞서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38노스 기고문을 통해서도 북미 합의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흥분을 내려놓고 비핵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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