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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견제 나선 경찰, 또다른 총선 '게임 메이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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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견제 나선 경찰, 또다른 총선 '게임 메이커'로 부상

윤재옥·박종준, '투 톱'은 새누리당 공천장도 따

대검찰청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 씨 부동산 관련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는 등 총선을 앞두고 검찰의 행보가 다시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부천 원미갑 민주통합당 김경협 후보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돈봉투로 '오인'하는 등 야당을 향한 헛발질도 눈에 띄지만 "지난 2006년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당시 열린우리당 일부 386의원들에게 1000만원 씩 돌렸다더라"는 등 공소시효도 지난 '카더라'가 검찰 발로 쏟아지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이제 검찰은 선거의 '상수'나 다름없다는 중론을 뒷받침하는 흐름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경찰도 나름의 '게임 메이커'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경주와 밀양에서 나타난 막강 '경찰 파워'

지난 9일 새누리당이 경북 경주를 포함해 일부 지역 공천자를 확정 발표한 직후 경북지방경찰청이 총선 예비후보로부터 돈을 받은 지역 기자를 체포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지역기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새누리당 경주 공천자 손동진 후보였던 것. 손 후보는 "기획 수사의 의심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새누리당은 손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런데 경주에서 새누리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인사 중에는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눈에 띈다. 정치권에선 "경찰이 김 전 청장을 세게 지원 사격했다"는 중론이다.

밀양경찰서 정 모 경위의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 모 검사 고소 사건도 눈에 띈다. 정 경위는 지난해 9월 밀양의 폐기물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했지만 당시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이던 박 검사가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고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며 6개월이 흐른 지난 8일 박 검사를 고소했다. 현직 경찰 간부가 현직 검사를 고소한 전례 없는 이 사건은 조현오 경찰청장 직속인 지능범죄수사대로 배당됐다. 조 청장은 "검사나 판사라고 특별대우 하지 말고 법 앞에 평등하게 수사하라"고 까지 말했다.

그런데 지난 달 밀양지청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옮긴 박 모 검사가 바로 이인기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소환 통보한 수사팀에 속해 있는 것. 18대 국회의 유일한 경찰 출신 의원으로 검찰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던 이 의원은 아직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간단한 사전선거운동 관련 혐의를 잡은 검찰이 교체지수 여론조사 직전에 소환사실을 흘리면서 교묘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지역 선관위 조차 "경고 이상의 사안은 아니다"는 입장인데도 검찰 소환 요구 보도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경찰의 '보복 고소'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다.

나경원 전 의원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사건을 쥐고 있는 경찰이 김 판사 뿐 아니라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박정은 검사와 실제 기소를 담당한 최영운 검사까지 경찰에 불러들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경찰대 출신 '투 톱'도 공천장 따

한나라당이 '검찰당'으로까지 불렸던 까닭에 새누리당이 "이번 공천에선 검사 숫자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검사 강세 현상은 여전하다. 정홍원 공추위원장부터 검찰 출신이고 공천을 확정한 정치 신인 가운데서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의정부갑 김상도 후보,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경기 군포의 유영하 후보, 대검 중수부에 있었던 정준길 서울 광진을 후보, 춘천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김진태 강원 춘천 후보, 제주지검 검사 출신의 부상일 전 제주을 후보 등 5명이 있다. 권영세 사무총장, 홍준표 전 대표, 권성동 의원, 이범래 의원 등도 버티고 있다. 경선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군 중에도 검찰 출신이 더 있다. 민주통합당도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유재만, 백혜련 등 검사 출신 인사들의 영입에 열을 올렸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경찰 라인업도 만만찮다. 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서울경찰청장 출신의 김석기 전 오사카 총영사는 탈락했지만 경찰대 출신 '새 피'들이 공천장을 받았다. 경찰대 1기를 수석 졸업하고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다 포항 출신 이강덕 서울경찰청장과 경쟁구도에서 밀린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달서을에서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경찰대 2기로 행정고시 출신이기도 한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은 정진석 전 정무수석을 서울 중구로 밀어내고 충남 공주에서 새누리당 공천장을 땄다.

이인기, 엄호성 등 고시 출신 경찰 간부들의 국회 진출이 간혹 있었지만 경찰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에 대한 경찰의 기대는 전과 다르다. 한 현직 경찰 간부는 "경찰대 출신들은 대학 1학년 스무살 때부터 경찰밥을 먹은 사람들이다"면서 "경찰에 대한 이해가 다른 이들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그리고 경찰대 출신 인적자원의 질이 검찰 출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윤재옥, 박종준 후보는 모두 경찰청 본청 기획라인을 거치면서 경찰대 출신 중에서도 엘리트 그룹의 신망을 얻은 인물들이다.

물론 300명 정원의 국회에 경찰대 출신 2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큰 변화가 나타나긴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하지만 또 다른 경찰 간부는 "17대 국회 때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단병호 두 사람이 국회에 들어갈 때부터 노동에 관한 한 분위기가 예전과는 확 달라졌다"면서 "그 정도 효과는 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경찰의 행보에 부쩍 힘이 실리는 것을 단순히 검찰 견제용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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