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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가 곧 '한나라'고 'MB정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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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가 곧 '한나라'고 'MB정권' 아닌가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54>박근혜 본적은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失政)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방선거 참패가 왔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치명타를 맞았다. 급기야 디도스 공격사건에 한나라당 인사들의 관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나라 여당의 운명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풍전등화(風前燈火)가 되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래서 생겨났다.

바로 이어 돈 봉투 사건까지 터져, 한나라당은 목숨을 보존할 숨구멍이라도 찾아내야 할 형편이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느냐"는 비아냥과 비웃음 속에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을 때, 그 당(黨)이 오늘처럼 상승 기류를 타게 될 것으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일부 개혁적인 비대위원의 목소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박근혜 위원장이 말 만이었을 지라도 청와대 쪽을 향해 "과거와 단절 하겠다"고 목청을 높일 즈음에는 박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비록 경쟁관계였으나, 따지고 보면 한 솥밥 먹어온 한 식구였는데도 사람들은 MB의 대척점에 박 위원장이 서있는 그림을 희망하곤 했다.

MB가 국민들 속 뒤집어 놓은 게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었다. 특히 국회위원 공천과정에서 박근혜 위원장 측이 친이(李)계를 쳐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는 당내의 권력 다툼이기도 했으나, 국민들 가운데는 그 모습조차 '개혁'으로 읽어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건 MB정치에 대한 사람들 '견해'의 표시이기도 했다.

▲ 박근혜 비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따라서 비대위나 새누리당은 한나라당과는 '본적'이 서로 다른 정치세력으로 보는 시각까지 생겨나고 있는 판국이다. 박근혜 위원장 측의 '전략'이 지금까지는 그렇게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뜻밖에도 지금 다른 사람 아닌 MB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사실은 그게 다 박 위원장의 운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때 마침 민주당마저 공천과정에서 '죽을 쑤면서' 결과적으로 박 위원장을 도와주었다.

한명숙 대표가 엉뚱하게도 1심 유죄선고를 받은 임종석 카드를 뽑아 들면서 비롯된 이 소동으로 민주당은 적지 않은 것을 잃었다. 원칙도 형평성도 없이, 자의적으로 내리꽂기 공천이 감행되면서 민심은 흩어졌다. MB정권에 대한 심판을 다짐하면서 투표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민초들이 실망한 끝에 '마음 갈 곳'을 잃었다. '친노' (지금은 486이 된) 386들이 웃으면서, 호남 민주계를 울렸다고들 말했다.

필경 지도부가 둘로 갈라져, 한 쪽에서 탈당하겠다고 협박해대는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계속해서 호메이니 노릇을 하려는 분이 계시다"거나 "대표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A씨와 B씨가 문제"라는 등의 가시 돋친 말들이 지금도 떠돌아다닌다. 다른 잡음도 나돈다.

양쪽 다 깔고 있는 전제는 같았다. "한나라당과 MB에 대한 심판선거이므로 총선은 민주당이 이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웬만하면 '공천=당선'이다." 역량이 모자라도 자기 쪽 사람을 더 많이 공천하겠다는 다툼이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고 오만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꺾어 누르고 이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지금은 별로 없다.

양쪽도 모두 "어!"하며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다. 유권자 우습게 보는 오만이 생기면 다 그런 길 걷게 돼있다. 뒤늦게 임종석 후보가 사퇴하고 야권연대가 성사되면서 수습이 시도되고 있으나, MB정권 고비 고비마다 '선거응징'을 손꼽아 고대하던 국민들의 실망감이 임종석 한사람에 대한 조치만으로 달래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민주당이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새누리당은 행복하다.

비대위가 생기고 당명이 바뀌면서 새누리당에서는 집단적으로 '본적'을 속이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본적을 숨기면서 본적지에서 저질러진 과오까지 함께 감추려드는 듯하다. 그러나 정당정치는 정당이라는 정치세력이 해 놓은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정치다. 자신들의 업적과 과오를 모두 늘어놓고 겸허하게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게 도리다.

따라서 업적과 과오를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책임까지 지고자 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쉬운 예로, 엊그제처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새로운 위법사실들이 드러나고, 4대강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여기자가 대낮에 폭행을 당해도, 비대위나 새누리당 쪽에서는 소 닭 보듯 전혀 관심 없는 일로 인식하는 풍토가 어느새 조성돼있다. 모두 그냥 넘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비대위나 새누리당은 앞으로 할 '개혁만' 자신들의 관심거리이고, 지난날의 과오는 자기들에게는 책임도 없고 미안해 할 일도 없고 상관도 없는, "그저 한나라당이 저지른 일일뿐"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아는 국민들도 의외로 많다.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 한나라당이 본적지인 박근혜 비대위원장 조차도 한나라당 정권이 저지른 저 '엄청난 사건'인 '4대강'에 대해 아직껏 단 한마디도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본인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인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 그렇다고 말 할지 모르나 그건 정치적 본적이 한나라당인 대권 후보로서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도 바른 자세가 아니다.

실패에 이른 다른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그녀는 더러 선문답하듯 마지못해 한마디씩 던지긴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경 써서 싫은 소리를 피해왔다는 지적을 비켜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그건 MB정권이 해 온 일에 묵시적으로 동조해 왔다는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분명히 그녀도 책임을 느껴야 할 부분이지만, 박 위원장은 '동조라는 의사 표명이 없었으므로' 아니라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비쳐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정치적 본적지를 드러내기 꺼리면서 책임 없는 체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일시적이나마 '본적지 감추기'가 효험을 보이는 선거판이야말로 꼼수나 판치는 야바위 선거판이다. 비대위나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MB정권 모두가 사실은 하나다. 그것 숨기려 해서도 안 되고, 책임은 숨겨지지도 않는다.

본적지를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책임까지 떳떳이 밝히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선거 치르는 게 도리다. 그런 자세부터 필요하다. 아닌 척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본적은 한나라당 아닌가. '정치인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제주도 4·3은 '폭동'이고 광주 5·18은 '민중반란'"이라 한 이영조 씨가 엊그제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새누리당 전략공천을 받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새누리당 측은 물론 공천심사위원회가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엄중한 일이 결정됐다고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박 위원장이 결정한 게 맞다면 그건 '오만'이다.

4·3은 '항쟁'임을 인정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한 사건이고, 5·18도 이 나라 정부가 민주화 운동으로 공인해 매년 기념식을 거행해 오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이 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위원장이 그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MB가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말썽을 일으켰던 사람을, 그것도 신청지인 대구에서 선거구를 옮기기까지 해 강남을에 전략공천한 것은 '주목받을 만한 오만'임에 틀림없다.

이영조 씨는 진실화해위원장 때 '박정희 군부세력은 극우 파시스트 체제를 한국사회에 접목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지 시킨 적이 있다. 바로 그 '공로'로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야 말로 참으로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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